10년만에 스즈키컵 우승
따뜻한 형님 리더십 발휘

베트남이 '동남아 월드컵'으로 불리는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에서 우승하며 베트남은 물론 한국까지 '바캉스'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박항서(59) 감독.

박 감독은 15일(현지시각) 베트남 하노이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말레이시아와 결승 2차전이 끝나고 10년 만의 우승을 확정한 뒤 기자회견에서 "최근 두 달 동안 우리 선수들은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줬다"라며 "선수들과 코치들, 그리고 우리를 응원해주신 모든 베트남 국민들과 우승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저를 사랑해주시는 만큼, 내 조국 대한민국도 사랑해달라"라고 덧붙였다.

경남 산청 출신인 그는 경남 축구계와도 끈질긴 인연을 이어왔다.

박 감독은 산청군 생초 출신으로 생초초등학교와 생초중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에 있는 경신고로 진학했다. 이전의 선수생활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있지 않다. 단지, 생초에 생존해있는 그의 어머니 전언으로는 '공부도 잘하고 축구도 잘하는 아이'였다.

경신고 재학 중이던 1977년 U-20 대표팀에 선발됐으며 1981년에는 당시 화랑-충무로 나눠져 있던 국가대표팀 중 1진인 화랑팀에 선발되기도 했다.

1981년 실업축구단이던 제일은행에서 성인 축구 인생을 시작했다. 그해 입대했고 1984년 럭키금성황소(현 FC서울) 창단멤버로 참가해 프로선수 활동을 시작했다. 황소 시절 팀의 K리그 우승과 준우승에도 공헌했고, 1988년 시즌 종료 후 은퇴했다.

선수 은퇴 후 LG치타스 코치, 수원삼성블루윙스 코치 등 프로팀 코치를 지내던 중 2000년 국가대표팀 수석코치로 발탁됐다. 이후 거스 히딩크 감독 체제에서 수석코치를 맡아 감독과 선수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며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조연이 됐다.

히딩크 감독이 떠나고 국가대표 감독을 맡았지만 그해 아시안게임 동메달에 그치면서 경질된 아픈 사연도 있다.

2005년 8월 경남FC가 창단되자 초대 감독으로 부임해 2007년 정규리그 4위(최종 성적 5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경남FC 감독에서 물러난 이후 전남드래곤즈, 상무 감독을 지낸 후 지난해 내셔널리그에 나가는 창원시청 감독으로 부임했다. 부임 당시 프로팀과 국가대표 감독 경험을 살려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도 받았다.

기대에 부응한 박 감독은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내셔널 선수권대회 우승과 전국체전 우승 등 2관왕을 달성하면서 이름값에 부응했다.

베트남에 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 준우승, 아시안게임 4강으로 이미 '국민영웅'으로 등극한 박 감독은 15일 2018 AFF 스즈키컵 우승으로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했다.

그 배경에는 이른바 '형님 리더십'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는 4남 1녀 중 막내인 박 감독이 보이는 모습은 '큰형님'이 막냇동생을 염려하고 격려하는 모습과 닮아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8월 박 감독이 발 마사지 기계를 들고 직접 베트남 선수의 발을 문지르는 모습이 SNS로 알려지면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선수들과 소통하려니 스킨십 말고는 없었다"는 박항서식 '형님 리더십'을 곧바로 보여주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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