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원인 구조적 불평등으로 봐야
증세·복지예산 확대로 내수 늘려야

한국경제는 현재 저성장 속의 경기침체 국면에 있다. 경제성장률은 1995∼2007년 연평균 5.2%였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08∼2018년의 성장률은 평균 3.1%에 불과했다. 2008년 2.8%, 2009년 0.7%로 하락했다가 2010년 6.5%로 반짝 상승했으나 이는 기저효과에 따른 일시적 반등으로 볼 수 있다. 2011년 3.7%, 2012년 2.3%, 2014년 3.3%, 2017년 3.1%, 2018년 2.7%, 2019년 2.6%로 2∼4%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올해 3만 달러를 넘기게 되는데 G20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은 1∼2%대다. 저성장의 바탕은 제조업 위기다. 조선·자동차·철강·화학 등 중화학공업 전반이 추격성장의 한계와 과잉설비로 위기를 겪고 있다.

경기동향을 말해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2013년 3월 저점(99.7) 이후 장기 불황을 이어오다가 2017년 5월 고점(100.7)을 찍었다. 그 후 2017년 10월 100.2, 2018년 3월 99.8, 10월 98.4로 하락했다. 내수 부진 속에 수출증가세도 완만해지면서 경기가 둔화하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확대를 강조했지만 현실은 '고용쇼크'다. 11월 실업자 수는 90만 9000명을 기록했다. 외환위기 직후 1999년 이후 가장 많다. 15~29세 청년층 고용보조지표3(확장실업률)은 21.6%에 달한다.

보수정당과 보수언론은 경기 침체의 원인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소득주도 성장정책, 특히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 때문이라고 한다. 경기침체 국면에서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한 것은 중소기업·자영업 사업주들로 하여금 고용을 감소시키도록 했다. 저성장과 경기침체는 소득주도 성장을 추진했기 때문이 아니라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장기간의 저성장과 경기침체의 원인은 구조적 불평등이다. 불평등이 심화하면 금융자산과 금융부채가 동시에 팽창한다. 빚내서 집을 사면 주택수요가 증가하고 집값이 오른다. 집값이 오르면 주택건설투자가 확대된다. 가계부채를 늘려서 소비와 투자를 증가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불평등이 경제성장을 촉진한다는 논리를 보면 자본주의경제에서 사람들이 저축하고 투자하려면 충분히 부유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불평등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논리는 불평등 그 자체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 효과인 부자들의 투자를 강조한다. 그런데 경기침체 국면에서는 부자와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꺼린다.

불평등은 부자들의 미래 소득을 위해서는 좋지만 빈곤층의 미래소득을 위해서는 나쁘다. 불평등은 괜찮은 일자리와 이를 통한 사회 기여에서 배제되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낮은 교육 및 건강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불충분한 소득, 성, 인종을 이유로 사람들을 좋은 교육에서 배제하는 것은 경제에 좋을 수 없다. 성장의 바탕인 혁신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높은 불평등은 정치적으로도 부정적 효과를 갖는다. 부유층들은 더 큰 정치권력을 가지고, 자신의 이해관계와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데 행사한다. 이에 따라 불평등에 따른 부정적 효과는 심해지고 영속된다. 이에 따른 사회불안은 부자들의 투자를 저해하고 성장을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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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을 개선하고 경기침체도 완화하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정부의 경제정책이 필요하다. 증세와 복지지출 증대 등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해 내수를 확대해야 한다. 재벌체제의 오너리스크 문제를 해결하고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를 개선함으로써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수익과 임금 격차를 축소해야 한다. 바로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는 공정경제의 실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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