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노동 기간 더 늘어나

노동자 수가 적은 사업장일수록 탄력근로제 확대에 대한 관심이 절실하다. 300인 미만 사업장은 아직 주52시간 노동이 적용되지 않아 이론적으로 최대 주80시간씩 일할 수 있는데,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이 확대되면 장시간 노동이 합법적으로 더 늘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는 늦어도 내년 2월까지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관련해 근로기준법을 개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최장 6개월까지 확대하는 법안을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는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은 2주 이내 또는 3개월로 제한돼 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이 6개월(26주)로 확대되면 3개월(13주)씩 나눠 각각 주64시간, 주40시간으로 일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6개월씩 두 번 합의를 하면 13주 40시간, 13주 64시간, 13주 64시간, 13주 40시간 일할 수 있다. 그러면 중간에 26주(6개월) 연속으로 주64시간씩 일하게 된다는 의미다. 이 경우는 그나마 주52시간제가 적용됐을 때다.

최영주 금속노조 경남법률원 노무사는 지난 13일 열린 '탄력근로제가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 토론회에서 주52시간이 아직 적용되지 않은 사업장은 연장근로(12시간)와 휴일근로(2일·16시간)까지 더해 주80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고 했다. 주52시간제는 50∼299인 사업장이 2020년 1월부터, 5∼49인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적용된다.

고용보험통계를 보면 올해 10월 기준 경남에는 300인 미만 사업장 14만 8067곳이 있고, 상시근로자는 61만 4830명이다. 300인 이상 사업장은 267곳이며 상시근로자는 13만 4158명이다.

노동조합이 결성돼 있으면 탄력근로제 도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근로기준법을 보면 탄력근로제는 '사용자와 근로자 대표 서면 합의'에 따라 시행하게 돼 있어서다. 그러나 법조계 시각은 다르다.

김영미 화학섬유식품노조 부경지부 조직국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조직 내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탄력근로제 확대가 법제화된다 하더라도, 노동조합이 조직돼 있기 때문에 도입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사업장이 많았다"고 했다.

최 노무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대표는 사업장 전체 노동자 절반을 넘게 차지할 때 인정받을 수 있다. 노조가 결성된 사업장이라 하더라도 대다수가 전체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는 현실이어서 근로자 대표가 반드시 노동조합이라고 할 수 없다. 또 국내 사업장 90%에 노조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현재 발의된 여러 근로기준법 개정안 중 김관영(바른미래당) 의원의 개정안에는 탄력근로제 도입 요건을 완화하고자 합의 대상을 근로자 대표가 아닌 '근로자'로 바꾸자고 했다. 또 취업규칙 변경으로 탄력근로제를 도입할 때 노동자 과반수 의견을 '청취'하자고 했다. 근로기준법에는 노동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은 과반수 동의를 받게 돼 있지만 예외로 하자는 것이다.

노동계 내부에서는 탄력근로제에 대한 관심이 낮은 데 대해 우려가 있다. 토론회에 참석한 노동자도 20명 남짓에 불과했다. 류조환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에 대한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다. 강연, 토론 등을 이어왔지만 참석률이 저조하다"며 "탄력근로제 악영향에 대한 고민을 공유할 다른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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