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감성 물씬~ 멋쟁이 가득했던 경남 명동
시인 백석 1936년 마산 불종거리 거닐어
50~100년된 빵집·서점 등 전통명가 현존
시인 백석이 거닐던 거리
마산이 기억하는 최고의 멋쟁이 중 하나가 시인 백석이다.
"1936년, 시인 백석이 마산 불종거리를 걸었다. 통영 처녀 란(蘭)을 찾아가던 길이었다." (허정도, 도시의 얼굴들)
백석이 통영을 가려고 걸어 내려갔던 불종거리를 끼고 '오동추야 달이밝아~'로 시작하는 오동동 타령의 배경 오동동과 지금은 도시재생사업으로 유명해진 창동예술촌이 있다. 백석이 지나가던 당시의 창동 골목은 지금도 거의 남아 있다.
아예 '250년 골목길'이라 이름 붙인 곳도 있다. 1760년(조선 영조 36년) 지금 SC제일은행 마산지점 자리에 마산창(조선시대 조세로 거둔 현물을 보관하던 창고)이 들어섰는데, 그때 형성된 마을과 골목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1899년 외세의 압력으로 마산포가 개항한 후로 일제 강점기에도 마산은 일제의 수탈을 위한 주요 항구도시로 일본인들이 많이 살며 번영했다.
마산의 전성기를 함께한 공간
창동은 2000년 초반까지도 경남의 명동이라 불릴 정도로 크게 번화한 곳이었다. 창동의 전성기는 1970년에서 1980년대까지 마산의 전성기와 함께 한다.
"1967년 1월 25일 마산에서 한일합섬 준공식이 열렸다. (중략) 마산 한일합섬 공장은 아시아 최대 규모였다. 같은 해 6월 10일 한국철강도 마산 공장 준공식을 했다. (중략) 1970년엔 마산수출자유지역 기공식이 열렸다. 1974년에는 마산-서울 간 특급열차가 개통되었다. (중략) 돈과 사람들이 마산으로 흘러들었고 도시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 중심에 한일합섬과 수출자유지역이 있었다." (김대홍, 마산·진해·창원)
창원시는 이런 곳을 연결해 올해 3월부터 '창원별곳 1950 인더스토리 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까지 3만 5000명 이상이 이 투어를 경험했다고 한다. 지난 1일 방송된 KBS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 이 투어 내용이 잘 녹아 들어가 있다. 투어는 몽고정에서 시작해, 우리나라 전체적으로도 큰 규모를 자랑하는 마산어시장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다시 창동으로 걸어와 전통명가 9곳을 둘러본다. 앞서 말한 고려당, 학문당을 포함해 모모양복점, 황금당, 불로식당, 남성식당, 일신당, 태양카메라, 본초당한의원을 말한다. 이 외에 수출자유지역 역사를 잘 정리해 놓은 자유무역지역 역사관, 전 세계 술과 관련해 볼거리가 가득한 무학 굿데이뮤지엄도 투어 코스로 포함돼 있다.
<도시의 얼굴들>(허정도, 경상대출판부, 2018년 11월)
<여행자를 위한 도시인문학, 마산·진해·창원>(김대홍, 도서출판 가지, 2018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