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박물관 특별전 개막
콜롬비아 황금유물 전시
원주민이 만든 장식품들
영혼과 이상 담긴 322점
'인간 탐욕'생각하게 해

"나는 문신을 한 온몸에 황금을 둘렀다. 황금 가면을 쓰고 귀걸이와 코걸이를 하며 치장한다. 다음은 코카잎과 석회가루를 넣은 포포로를 들고 깊게 들이마신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몸짓은 격렬해진다. 비로소 영혼이 분리되고 빛 앞에 내 모습이 나타난다. 내가 너희의 병과 마음을 치유하겠노라. 그래, 나는 샤먼이다."

온몸에 황금을 바른 사람들이 금 덩어리를 호수에 던진다는 전설, 황금도시 '엘도라도'다.

국립김해박물관이 특별전 '황금문명 엘도라도-신비의 보물을 찾아서'를 개막했다.

▲ 박쥐 인간 장식품. /국립김해박물관

▲ 사람 모양 장식품. /국립김해박물관
황금 문화재 322점이 박물관 전시실에 들어섰다. 콜롬비아에 살았고 현재도 종족을 이어가는 무이스카족 등 원주민이 만든 장식품들. 그들은 열대우림의 자연환경을 그대로 본떠 재규어와 박쥐, 도마뱀을 아주 섬세하게 만들었다.

이를 만드는 도구조차 황금이었다고 하니, 이 많은 금이 어디서 나왔는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여전히 신비롭다.

원주민에게 동물은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신성한 힘을 가진 존재였다. 그래서 원주민은 족장과 호수에서 뗏목을 타고 의식을 치르며 동물 형상을 한 황금을 호수로 던졌다.

▲ 족장이나 샤먼이 의식을 행할 때 착용한 장신구./이미지 기자

원주민과 신을 연결해주는 샤먼도 온통 황금으로 치장을 했다. 재규어 가면을 쓰고 귀보다 더 큰 귀걸이를 하며 신에게 바칠 수 있는 황금을 몸에 발랐다. 샤먼은 코카 잎과 석회 가루를 마시며 환각 상태에 빠져들어 접신을 하고, 의식이 끝나면 신에게 황금으로 된 여러 봉헌물을 바쳤다.

황금은 원주민이 신에게 바칠 수 있는 가장 신성한 것이었다. 햇빛을 받으면 반짝거리는 황금은 태양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퉁호(의식 도구)였다.

▲ 코걸이를 한 퉁호. /국립김해박물관
▲ 동물모양 장식품. /국립김해박물관

하지만 16세기 신대륙을 발견한 유럽인은 달랐다. 황금으로 덧씌워진 도시 엘도라도를 찾는다면 금은보화가 제 것이라고 여겼다. 한순간 탐욕 대상으로 변질한 엘도라도는 서서히 빛을 잃었다. 유럽인은 과타비타 호수를 파괴하고 신에게 바쳤던 퉁호를 금괴로 만들어 빼돌렸다.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유물은 콜롬비아 황금박물관이 국가적으로 밀반출을 막은 것들이다. 역설적이게도 콜롬비아는 이미 많은 황금을 함부로 확보한 이들에게서 엄청난 돈을 지급해 원주민의 삶이자 이상을 구해냈다.

▲ 나비모양 코걸이. /국립김해박물관

부의 상징이자 탐욕의 산물이 된 황금이 오래전 콜롬비아에선 신에게 바치는 영혼이었음을. 만약 전설이 시작된 과타비타 호수가 일찍이 발견되지 않았다면, 엘도라도의 전설이 여전히 유효하다면 그들은 우리에게 또 다른 메시지를 전해 줄 수 있었을까.

이현태 국립김해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전시장에서만큼은 황금을 탐욕스러운 눈이 아니라 자연에 대한 애정 어린 마음으로 보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이번 전시는 국립김해박물관이 처음으로 소개하는 국외 유물 전시로 국립중앙박물관과 콜롬비아 황금박물관과 함께했다.

박물관은 오는 19일부터 내년 3월까지 특별전 연계 교육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한다. 먼저 19일 콜롬비아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체험 행사 '콜롬비아의 향기'를 연다. 누리집(http://gimhae.museum.go.kr)에서 신청하면 된다. 또 22일부터는 매주 수·토요일에 어린이를 위한 체험 교육 프로그램 'Hola! 황금 족장'을 진행한다. 누리집에서 미리 신청하면 된다.

전시는 내년 3월 3일까지. 입장료 성인 4000원·청소년 2000원. 문의 055-320-6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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