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백업 선수만 8명
포수난 NC '격세지감'
활용 놓고 행복한 고민

올 시즌 전례 없는 '포수난'에 허덕이던 NC가 단번에 '포수 왕국'으로 도약했다.

FA 최대어 양의지를 125억 원에 영입한 데 이어 멀티자원 베탄코트까지 팀에 합류한 덕분이다.

내년 시즌 NC가 당장 주전·백업으로 활용할 수 있는 포수만 7~8명이다. 9월이면 김태군까지 합류해 활용 자원은 더 늘어난다. 포수 포지션을 앞세워 재도약 발판을 확실히 마련한 셈이다.

격세지감이다. 몇 개월 전만 해도 NC는 주전 포수 공백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2017시즌을 마치고 터줏대감 김태군이 경찰야구단에 입단하면서 NC 포수 공백은 시작했다. KBO리그 전체가 포수난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믿을만한 자원을 찾기도 어려웠다. 부랴부랴 3월 베테랑 포수 정범모를 트레이드로 영입했으나 긴 시즌을 홀로 이끌어 가기엔 힘에 부쳤다.

▲ 지난 2017년 오키나와현 우루마시 구시가와 구장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 대표팀 훈련에서 김태군(왼쪽)과 양의지 포수가 불펜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연히 시즌을 치르며 주전 포수가 바뀌는 일도 일어났다. 시즌 초반에는 정범모와 신진호가 번갈아 주전 마스크를 쓰다가 6월 말 들어서는 윤수강이 안방 자리에 자주 모습을 비쳤다. 박광열이 있던 '선수 육성' 자리는 김형준이 꿰찼다. 중·후반기를 넘어서는 김형준 진가가 드러났다. 김형준은 입단 동기이자 '1999년생 듀오' 김재균과 배터리 호흡을 이루는 등 다수 경기에서 NC 미래를 볼 수 있게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강력했던 NC 안방을 재현하기엔 모두가 조금씩 부족했다. 특히 타율 공백이 컸다. 올해 1군에서 뛴 NC 포수 중 2할대 타율을 기록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103경기에 나선 정범모는 190타수 34안타 4홈런 18타점 타율 0.179를 남겼다. 60경기를 뛴 김형준도 81타수 13안타 2타점 타율 0.160에 그쳤다. 44경기를 소화한 윤수강은 73타수 14안타 1홈런 타율 0.192를, 27경기를 뛴 박광열은 25타수 4안타 1타점 타율 0.160을 기록했다. 신진호는 20경기 22타수 4안타 1타점 타율 0.182, 김종민은 6경기 4타수 무안타 타율 0.000이었다.

NC가 올 시즌 최하위로 떨어진 데는 포수 공백이 컸다는 평가가 나오는 지점이다.

양의지·베탄코트 영입이 더욱 돋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양의지는 올해 133경기 439타수 157안타 23홈런 77타점을 기록했다. 타율은 0.358로 리그 전체 2위였다.

베탄코트도 마찬가지다. 베탄코트는 올해 트리플A에서 104경기에 출전해 391타수 116안타 20홈런 71타점 타율 0.297을 기록, 준수한 타격 능력을 뽐냈다.

수비에서도 빈틈이 없다. 양의지는 올해 실책을 단 3개만 범했다. 수비율은 0.996이었고 도루 저지율은 37.8%(100경기 이상 출전한 포수 중 1위)에 달했다. 프로 생활 11년 동안 거의 포수로 뛴 베탄코트도 수비 능력을 검증받았다. 베탄코트는 올해에도 포수로 71경기에 선발 출전해 43개 도루 중 19개를 저지한 바 있다.

NC 위치에서 공수를 겸비한 두 선수 합류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같다. 귀하디 귀한, 현대 야구에서 포수 역할을 볼 때 단번에 리그 상위권 전력을 갖추게 됐고 지난 고민도 말끔히 씻었다. 젊은 투수를 다독일 리더십을 얻었고 전술 운용 폭도 넓혔다. 선수 간 경쟁을 재점화하고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동반 성장'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경험과 패기가 조화를 이루고 실력이 뒷받침되는 포수 왕국으로 변신한 셈이다.

물론 고민도 생겼다. 내년 9월 전역하는 옛 터줏대감 김태군 활용법이다. 일단 김태군은 1군에 복귀하더라도 출전 기회를 많이 얻지 못할 수도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에 따라 양의지 체력 안배 차원에서 경기에 나설 수도 있지만 김태군 위치에서는 낯선 백업 역할이다. 2013년 NC 1군 첫 시즌부터 주전 포수로 자리 잡았던, 어지간한 팀에서는 주전일 김태군 기량을 보면 그 아쉬움은 더 커진다.

올해 강민호 합류로 입지가 좁아진, 전 삼성 포수 이지영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올 시즌 이지영은 강민호 백업으로 90경기 출전에 머물렀다. 주전을 내준 이지영은 결국 시즌이 끝나고 나서 히어로즈에 새 둥지를 틀었다. 이르면 내년 제대 후 FA를 취득할 수 있는 김태군 위치도 이지영 사례를 더욱 실감 나게 한다.

혹 김태군이 남는다면 NC는 2020년부터 주전급 포수 2명에 대한 역할 분배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타 팀이 보기엔 행복한 고민일 수도 있겠으나 당사자 처지에서는 제법 큰 고충이다. 포수 왕국으로 도약한 NC는 왕관의 무게를 어떻게 견딜까. NC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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