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체급 휩쓴 명실상부 주니어 최강펀치
복싱인 아버지 권유로 입문
하루 5시간 이상 고된 훈련
승부 근성·기술 습득 탁월
2년 연속 Jr국대 발탁 결실

지난 10일 반가운 문자 메시지가 왔다. "김해복싱체육관 서민제 학생이 2018년도 주니어 국가대표에 이어 2019년도 주니어 국가대표에 발탁됐습니다."

이미 예견된 결과이기도 하다. '김해 복싱 간판'인 분성중학교 서민제(15·사진) 군은 지난 4~10일 충남 청양에서 열린 '2020년 도쿄올림픽 예선 파견 국가대표 3차 선발대회'와 함께 치러진 '2019년 주니어 국가대표 선발전' 결승전에서 전북대표 유재현 선수와 겨뤄 1라운드 RSC(심판의 시합 중지·KO) 승으로 이겼다. 전국 최고 실력임이 입증됐다. 민제 군은 중학교 1학년 때 전국신인선수권 최우수 선수상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전국대회서 5체급을 석권했다. 세계 챔피언을 꿈꾸는 민제 군의 본격적인 행보는 이제 시작된다.

▲ 김해 분성중학교 서민제 학생과 아버지 서동신 씨가 김해시립복싱체육관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서동신 전 복싱선수의 분신

민제 군의 일상과 성과를 이야기하면서 아버지 서동신(47) 씨를 빠뜨릴 수 없다. 서 씨는 전 복싱선수이자 김해시복싱협회 실무부회장이다. 민제 군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운영하는 김해복싱체육관에서 다른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복싱을 접했다.

또래보다 유독 작았던 민제 군은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치이기 일쑤였고, 아버지 권유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복싱을 했다. 엘리트 시합에 참여한 4학년부터는 '김해복싱협회장배 전국 생활 복싱대회', '사천시장배 전국 생활 복싱대회', '경남복싱협회장배 전국 생활 복싱대회' 등에서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민제 군은 현재 전국 중학생 중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다.

이러한 성과가 있기까지 서 씨의 엄한 지도가 밑거름이 됐다. 민제 군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꼬박 3년을 매일 5시간 이상 고된 훈련을 했다. 새벽 6시부터 등교 전까지 스트레칭과 달리기, 산 오르기 등 체력 운동을 하고, 학교 마치고 저녁 9시까지 스파링, 복싱 훈련을 이어갔다. 체력과 실력을 인정한 서 씨는 이제 쉬엄쉬엄 지도하지만, 오히려 성취감을 맛본 민제 군이 더 강도 높은 훈련을 요구한다.

민제 군은 "당시엔 정말 매일 반복되는 훈련이 너무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았다. 훈련도 힘든 데다, 38㎏급 출전을 위해 다이어트를 병행할 때는 물도 마음대로 못 먹었다. 그땐 아버지 체벌이 무서워 따라갔지만, 지금은 아버지가 쉬라고 하지만 연습이 더 재밌다"고 말했다.

서 씨도 그 시간이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서 씨는 "또래 아이들에 치여 상담까지 받는 아들의 몸과 마음이 좀 더 강인해지길 바랐다.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고 타일렀고, 중간에 많은 친구가 훈련을 못 버티고 그만둬도 민제는 잘 따라와 줬다. 승부 근성이 나 못지않다"며 대견해했다.

민제 군은 중학교로 올라간 지 석 달 만에 '전국 중·고 신인 복싱 선수권대회'에 출전했고, 38㎏급 우승과 최우수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이후 전국 복싱대회에서 잇따라 42㎏급·46㎏급에서 우승했고, 차고 넘치는 메달은 2학년인 동생 장난감이 된 지 오래다.

◇인파이터·아웃복서 자유자재

인파이터는 상대 선수에게 바싹 접근해 공격하는 유형의 선수를 뜻하고, 반대로 아웃복서는 상대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적절한 타격을 노리는 선수를 말한다. 민제 군은 두 가지 유형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민제 군에게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전국회장배 복싱대회 결승전에서 2016년 신인선수권대회에서 맞붙어 이긴 선수와 다시 만났다. 신 씨의 지도에도 민제 군은 KO 승만 노리며 경기에 임했고, 전략과 소통 부재로 결국 2위를 했다. 신 씨는 바로 민제 군에게 운동을 포기할 것을 강요했다. 민제 군은 말없이 아빠의 결정을 따랐다. 그렇게 한 달이 채 안 돼, 신 씨는 "체육관 가자"고 이끌었고, 민제 군도 "생각보다 아버지가 오래 참았다"며 언제 그랬냐는 듯 지금은 다시 링 안에 나란히 서 있다.

서 씨는 "처음부터 힘든 운동이란 걸 알기에, 아들 3명 모두 복싱을 시킬 생각이 없었다. 그중 둘째인 민제가 강해졌으면 하는 마음에 복싱을 시켰고 재능이 있다 보니 욕심이 났다. 장염이나 부상으로 패할 때가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래보다 성장이 늦다는 건 민제에겐 앞으로 큰 발전 가능성을 뜻한다.

민제 군은 "최종 목표는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 가족과 메달을 걸고 사진을 찍는 것이다. 우리나라 복싱선수는 국내에서는 실력을 인정받지만 세계대회에서는 아직 성과가 미약하다. 이를 뛰어넘어 보고 싶다"고 다부지게 포부를 밝혔다.

젊은 시절 가정형편상 전국대회 한번 나가보지 못하고 선수로서의 꿈을 접은 신 씨 또한 민제 군이 한국 복싱 역사를 새롭게 쓰길 바라고 있다.

민제 군은 오는 16일 필리핀 전지훈련을 시작으로 내년부터는 몽골·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세계 선수권 대회에 참여하고자 특별훈련에 돌입한다. 민제 군의 우승을 알리는 문자 메시지 알림이 이제부터 더 잦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기획은 BNK경남은행,경상남도교육청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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