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정체성 영화 몰입 해치지 않아
비정상으로 바라보는 시선 거둬야

요즘 가장 '핫'한 영화인 <보헤미안 랩소디(2018)>와 <완벽한 타인(2018)>을 보았다. 그중 <보헤미안 랩소디>는 록밴드 퀸의 보컬인 프레디 머큐리의 생애를 다룬 작품이다. 1960년생인 나의 아버지는 어린 시절 전설적인 밴드였던 퀸의 영화라 보고 싶다고 하여 예매를 부탁했고 나는 아버지와 영화관으로 향했다.

영화는 라이브 공연장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생생했다. 그러나 영화 중간중간에 '아이고', '헉' 등 말소리와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렸다. 양성애자인 프레디 머큐리가 남성과 키스를 하는 장면 직후였다. 보수적인 나의 아버지는 아무런 리액션이 없었다. 다행이었다.

영화가 끝난 뒤 남편에게 몇몇 사람들이 동성애 장면에 보인 반응을 얘기했다. 남편이 40대 후반 남성인 지인이 중학생 아들과 함께 이 영화를 관람한 후기를 들려주었다. 지인은 프레디 머큐리가 양성애자인 사실을 영화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 뒤 아들에게 그가 양성애자라 놀랐다고 얘기하자 아들의 반응은 '아빠, 그게 뭐가 중요해? 영화에서 말하고 싶은 건 프레디 머큐리가 엄청난 뮤지션이라는 사실이야'였다고 한다. 지인은 머리를 한 대 세게 맞은 거 같았다고 했다. 중학생 아들에게는 프레디 머큐리가 양성애자든 아니든 그의 성 정체성 따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영화 <완벽한 타인>은 고향 친구 다섯 명의 대화 속에 우리 사회 성 소수자의 위치가 잘 드러나 있었다. 알고 지낸 지 30년이 넘은 친구가 동성애자임을 45세가 넘어서야 알게 됐다. 그러나 영화 속 성 소수자로 나오는 영배는 전직 교사이고, 자신의 성 정체성으로 인해 안정된 직장에서도 나와야 했다. 친구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 30년 지기 친구들이었지만 영배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말할 수 없었다.

<보헤미안 랩소디>에서는 나와 다른 성 정체성에 당황해하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는 관객들을 만날 수 있었고, <완벽한 타인>에서는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한 친구 사이였지만 완벽한 타인의 모습으로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기게 하는 사회적 시선이 아프게 전달됐다.

이처럼 나와 다른 성 정체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차별하고 혐오하고 주류에서 배제하는 '차별주의'는 우리 삶의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비단 성 정체성뿐 아니라 나와 다른 성별, 나와 다른 민족, 나와 다른 피부색, 장애, 나이의 많고 적음 등 수많은 이유가 차별의 근거가 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쩌면 차별과 배제가 너무도 당연시되고 있어 차별이 당연하다고 느끼는 사람조차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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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남자를 사랑하고 어머니가 되는 것은 정상이라고 보지만 동성이 서로 사랑하고 가정을 이루는 것은 비정상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비정상들을 배제하고 차별하는 데 익숙하다. 그러나 우리는 그 누구도 이러한 차별의 대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내 자녀가 외국으로 일하러 가면 그는 이주 노동자가 된다. 서울의 유명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뭉친 집단에서 나는 소수자가 된다. 우리 모두 어디에 속하든 소수자가 될 수 있다. 내가 성 소수자에게 던졌던 조롱과 멸시, 차별이 언젠가는 나에게 그대로 돌아올 수 있다. 우리는 지인의 중학생 아들과 같은 태도를 보여야 한다. "프레디 머큐리가 양성애자래." "근데 그게 뭐가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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