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경남본부 토론회서 노무사 등 전문가 발표
연장근로 조장해 건강권 침해…휴식 보장제도 갖춰야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추진에 대해 한국에서는 논의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13일 오후 '탄력근로제가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 최영주 금속노조 경남법률원 노무사는 "아직 주52시간제가 정착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탄력근로제 확대는 오히려 장시간 노동을 부추긴다"고 했다. 특히 휴식 등 제도적 뒷받침이 구체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탄력근로제 확대는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탄력근로제는 주52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을 더해 '주64시간'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최 노무사는 "주52시간이 적용되지 않은 사업장에서는 연장근로에 휴일근로(2일·16시간)까지 포함해 최대 80시간까지 노동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규모가 작은 사업장 노동자일수록 탄력근로제로 더 긴 시간 일해야 한다는 의미다.

주52시간 제도는 300인 이상 사업장에 지난 7월 적용됐고, 50~299인 사업장은 2020년 1월부터, 5~49인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적용된다.

최 노무사는 "경영계가 사례로 꼽는 유럽연합(EU)·독일·프랑스 등은 연간 노동시간이 1300~1700시간대다. 이 국가들은 탄력근로제를 시행하면서도 휴식시간을 철저히 보장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한국인 노동시간이 연 2000시간을 넘는다. 경영계 논리라면, 한국 연간 노동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692시간) 수준까지 진입한 이후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탄력근로제를 확대하더라도 최장 노동시간에 대한 별도 상한을 두거나, 휴식·휴일에 대한 별도 강제하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 노무사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1980년 12월 근로기준법에 도입됐다가 1987년 11월 삭제됐다. 국회에 제출된 이유는 '장시간 근로에 따른 근로자의 건강 보호'였다"고 말했다.

김종하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운영위원은 2011년 안전보건공단 '근로시간이 근로자의 건강·사고에 미치는 영향' 연구결과 보고서를 근거로 탄력근로제 확대를 경계했다. 이 보고서에는 주52시간 초과 노동자는 주40시간 일하는 노동자와 비교했을 때 요통 발병률이 1.9배가량 높고, 우울증·불안장애는 2.1배 높다고 돼 있다.

김 위원은 "탄력근로제로 사측이 일정에 따라 노동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하게 되면 노동 강도는 더 강화될 것이다. 건강 침해가 필연적으로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남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는 지난 4~11일 도내 노동자 293명을 대상으로 한 '탄력근로제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내놨다. 탄력근로제 확대(응답 240명)에 반대 의견이 85%, 찬성이 4.1%로 나타났다. 탄력근로제가 장시간 집중 노동으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겠느냐는 질문(응답 289명)에는 88.3%가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응답했으며,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7.6%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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