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로 '나눠먹기' 등 우려
기록 남겨 투명성 확보 필요

"원활한 진행을 위해 잠시 정회코자 합니다! 땅! 땅! 땅!"

지난 12일 경남도의회 도청·교육청 소관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내년 예산안 관련 종합심사를 마친 뒤 '계수조정(예산안 정리)'을 위해 정회를 선포했다. 계수조정은 예결특위 심사가 마무리된 뒤 관례적으로 거친다. 이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사업 필요 여부 검토, 예산 삭감, 증액·'비목' 신설 등을 한다. 김경수 지사, 박종훈 교육감 공약 관련 예산도 계수조정에서 '희비'가 갈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계수조정은 공식 회의가 아닌 탓에 비공개로 진행된다. 당연히 속기록도 남지 않는다. 따라서 '의원님 예산', 짬짜미 예산 등 '엉뚱한 일'이 일어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송광태 창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모든 심의 과정을 공개하는 미국 의회 사례를 들어 중요 결정은 간담회 등 비공식 회의가 아닌 공개회의에서 결정하는 지방의회 문화를 하루빨리 뿌리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계수조정은 정작 도민들이 알아야 할 중요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알 권리 침해로 볼 수 있다. 미국 의회는 중요한 사안을 결정할 때 공개회의에서 토론 등을 거쳐서 한다"며 "반면, 우리 국회는 간담회 형식 등을 통해 중요 안건을 사전에 비공식으로 결정하거나 합의한다. 이런 좋지 않은 관행이 지방의회에도 그대로 넘어오면서 담합, 나눠먹기식 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간담회, 정회 등을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언론과 유권자들은 지방의회가 도민 대표기관답게 중요 결정을 '떳떳한 회의'를 통해 결정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유묵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예산은 투명성과 책임성이 핵심인 만큼 '재정 민주주의' 세금을 내는 이들에게 정보가 충분히 제공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 처장은 "예산과 관련한 예비심사도 짧은 데다, 예결특위 심의도 역시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과연 13조가 넘는 도청·교육청 예산을 제대로 심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계수조정 과정을 공개하지 않고, 회의록조차 남기지 않는다면, 지역 예산, 의원끼리 나눠먹기식 예산 등 논란이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면적인 계수조정 내용 공개가 어렵다면 최소한 속기록이라도 남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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