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경남서포터스연합회 신임 회장 홍광욱 씨
해체설·꼴찌…팬 등돌려
2015년 속초까지 찾아가
"화합·활력 서포팅 할 것"

2015년 5월 18일 강원도 속초운동장. 당시 모두 K리그2에 있던 강원FC와 경남FC가 맞붙었다.

후반 35분 이효석이 골문을 열면서 경남은 1-0 승리를 거뒀다. 당시 TV 중계화면에 익숙한 문구가 잡혔다. '너와 나의 뜨거운 역사를 위하여'. 경남 서포터스 구호였다. 하지만 그 펼침막 뒤로 딱 1명만이 서서 홀로 북치고 서포팅 하는 모습. 당시 구단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2부로 강등된 첫 시즌. 팀 해체 위기까지 내몰렸다가 겨우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고, 팬들은 대거 떠났다. 그래도 아직은 혼자서 서포팅 해야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당시 경남은 4월 19일 수원FC에 1-0으로 승리한 후 1무 3패로 리그 꼴찌로 내려앉았다.

지금까지도 커뮤니티 등을 통해 당시 사진이 돌면서 어려웠던 경남 사정을 기억하는 팬들이 많다.

그는 누구였을까? 왜 혼자였을까?

▲ 나 홀로 응원으로 알려진 홍광욱 씨는 내년 2019 경남서포터스연합회 회장을 맡게되었다. /정성인 기자

수소문 끝에 홍광욱(35) 씨를 찾았고 인터뷰했다. 회사원이라는 그는 당시 사정에 대해 "서포터스들이 화가 많이 나 있었다. 내리 3연패하며 꼴찌로 내려앉고 보니 주변에 물어봐도 '경남 정신 좀 차려야 한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응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게 내버려둘 수는 없어 나 혼자서라도 응원하려고 속초까지 갔다"고 말했다.

강원의 홈 구장이 아니라 속초에서 홈 이전경기로 치러지다 보니 경남에서 찾아가기가 녹록지 않았다는 점도 '나 홀로 서포팅'의 배경이 됐다고도 설명했다.

'나 홀로 서포팅' 사진은 2가지 버전이 돌고 있다. 하나는 중계방송 화면을 캡처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본부석 쪽에서 비스듬한 각도로 찍은 것이 있는데, 홍 씨는 둘 다 자신은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홍 씨는 이 사진을 경기 끝나고 2주 정도 지나 페이스북에서 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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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광욱 씨는 2015년 5월 18일 속초에서 열린 경남FC와 강원FC의 경기에서 혼자 응원(아래 사진 점선 원 안)을 한 것으로 팬들 사이에 회자됐다. /정성인 기자·TV화면 캡처

"많이 슬펐다. 팀이 최하위에 있고 그전에 팀 해체설 등 많은 일도 있었기에 연패로 인한 꼴찌 추락으로 마음이 너무 아팠는데 그 많은 일과 사정이 다 녹아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홍 씨는 이렇게 말하는 순간에도 눈물이 핑 돌고 코맹맹이 소리를 냈다.

홍 씨는 2002년 경남FC가 창단하기 전 마창진붉은악마로 서포팅을 시작했다고. 2005년 경남이 창단하자 당시 '울트라스' 그룹에 가입해 본격적으로 서포터스가 됐다. "내 팀이 생겼다는 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가장 기뻤던 순간이나 경기를 꼽아보라고 했더니 "모든 경기가 다 특별하다"면서도 "팀이 생기고 첫 경기를 보러 갔다. 시즌 개막전이었고 연습경기였는데 중국 충칭 리판과 창원축구센터에서 했다. 이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인터뷰 중 그가 2019 경남서포터스연합회 회장을 맡게 됐다는 걸 알게 됐다. 내년도 서포터스 운영 구상에 대해 물었더니 "회원 화합을 위해 노력하고 좀 더 활력있는 서포팅을 할 수 있도록 회원들과 많은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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