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의 권한이 획기적으로 강화된다. 정부의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안에 따르면 시·도의회 의장에게 의회 사무직원 임용권을 부여하고, 지방의회 정책지원 전문인력 제도도 도입하게 되어 있다. 의회 기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전문인력을 충원할 수 있게 되고 인사권도 쥐게 되니 지방의회의 권한은 대폭 커질 것이다. 지방자치의 확대란 측면에서 당연히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권한만큼 책임도 강화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의회운영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나라 정부 기구의 공공성과 신뢰성 지수는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더구나 대의기구인 국회나 지방의회는 국민에게는 전혀 믿음직스럽지 못한 권력기관으로 평가받아왔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의원들이 권한만큼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믿기 어려운 이유는 의정활동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탓이 크다. 그나마 국회는 좀 낫다.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방의회의 경우 예·결산을 포함한 주요 의안에 대한 의사결정 방식이 제각각이요 불투명하다. 어떤 의원이 현안에 대하여 어떤 뜻을 표명했는지 알 수가 없으니 공과든 책임이든 따질 수가 없다. 불가피한 사유가 아니면 지방의회의 모든 의사결정 표결방식과 과정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전자표결 방식이든 기립·거수방식이든 기명과 기록을 원칙으로 삼고 이를 알릴 수 있도록 지방의회의 회의규칙을 바꿔야 한다.

현실은 거꾸로다. 경남도의회는 비교적 기명투표 원칙을 잘 지키는 편이다. 그러나 창원시의회와 진주시의회 등 시군의회들은 몇몇 곳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무기명 비밀투표를 관행처럼 여겨왔다. 주민여론의 시비에 대해 숨길 일이 있거나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말고 다른 이유는 없어 보인다. 의원들의 비밀주의는 철저하게 자기 권력을 보호하려는 이기적 담합일 뿐이다. 창원시의회가 투명한 표결을 위한 회의규칙마저 미비한 채 의회운영을 해왔다는 사실은 놀랍다. 당장 표결실명제를 도입하라. 책임을 안 지는 권한은 위임받을 수 없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