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는 지방자치제 관련 법안들의 국회 처리 과정이 늦어지고 있다. 물론 국회에서 진행 중인 논의를 살펴보면 나름대로 이유가 분명히 있긴 하지만 지방분권을 대하는 의원들의 인식이 안일한 게 아닌가 하는 비판마저 나올 수 있다.

먼저 부가가치세에 포함된 지방소비세율을 현행 11%에서 15%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부가가치세법과 지방세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이렇게 법이 개정되면서 내년부터 3조 3000억 원 정도의 국세가 지방으로 이양되고 현재 76 대 24 수준인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은 74 대 26으로 조정되고 향후 2020년에는 지방소비세율을 21%까지 인상할 계획이라고 정부는 밝히고 있다. 그러나 지방으로 분배되는 예산의 규모가 확대된다고 해서 모든 지자체 예산이 자동 증가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한계가 분명히 있다. 먼저 기초지자체들은 국비인 지방교부세가 감소하는 부분에 대해 중앙정부가 전혀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또한, 현재 추진되는 국세의 지방세 이양방식은 지자체 사이에 존재하는 예산 규모 격차문제를 심화시켜 궁극적으론 지역 불균등 발전이 구조화할 가능성도 커질 것이다. 국세와 지방세의 분배 비율을 개선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방자치제의 정신에 따라 기초자치단체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할 방안이나 광역단체와 기초단체의 분배 비율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방자치제 관련 법안들이 이런 이유로 국회에서 처리가 늦어지는 게 아니라 전혀 다른 맥락에서 늦어지고 있어 문제는 심각하다. 예를 들어,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지방이양일괄법'은 국회 통과는 고사하고 전망마저 어두워 보인다. 지방이양일괄법제정안이 지난 10월 정부 주도로 발의돼 국회에 갔지만, 국회운영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은 나름 합리적인 이유로 지방자치제 관련 법률안을 비판하고는 있지만, 지역의 실정을 대변하고 있는지는 의심스러운 대목도 있다. 지방자치와 분권에 대하여 중앙정부 개별부처들은 하나같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와 환경을 인정한다면 국회는 지방자치 관련 개혁 법안들이 하루라도 빨리 통과되도록 노력과 성의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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