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선거법 개정이 거대정당의 벽에 부딪혀 좌초되면서 2020년 총선을 1년 앞둔 내년 4월 이전에 선거법이 바뀔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다음 총선도 기득권 정당에만 유리한 제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야당 의원들의 합동 단식농성까지 낳은 이번 국회 파행은 전적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양당에 책임이 있으며, 선거제도가 거대정당의 기득권을 지키는 데 얼마나 악용됐는지 입증해 주었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자신들이 만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스스로 무시한 행태는 많은 국민의 분노를 일으켰다. 특히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비례대표제 확대 등을 국회 정개특위에 위임하는 데 합의해 놓고도 막판에 자신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도농복합형 선거구 검토를 주장하면서 일을 틀어지게 만든 한국당의 '몽니'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집권당으로서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지 못했고 한국당과 함께 선거법을 배제한 예산안 처리를 강행한 민주당의 잘못도 그 못지않다. 겉으로는 선거법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속내는 기득권 지키기에 안간힘을 쓴 여당의 표리부동한 행태는 오히려 더 문제다. 민주당 지도부가 국민 여론을 내세우며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 부정적인 것도 실상은 소수 특권층으로서 국회의원의 지위를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정당 전체 득표율이 국회 의석수를 결정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안한 것으로서, 민의를 왜곡 없이 반영한다고 평가받는 것들이다. 또 국회의원 정수 확대는 국회의원의 특권을 줄이고 다양한 정치세력이 국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요한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 소선거구제가 낳은 것은 힘 있는 정당들의 독식이었다. 사표 심리 방지, 다수당 견제, 다원적 가치의 존중 등 정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선거 개혁이 더는 늦추어져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양당은 임시국회를 열어 해를 넘기기 전에 선거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20대 국회에 선거법 개혁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만 입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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