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는 경남청소년지원재단 4층에는 매일 오후 1시가 되면 '꿈드림카페'가 문을 연다. 학교를 다니지 않는 청소년 세 명이 그 카페의 주인들인데, 이른바 '학교밖 청소년'들이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소지한 이들은 취업을 앞두고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해 조그마한 카페(?)를 차려놓고 매일 커피를 내리고 있다. 재단 직원들과 경남 각지에서 온 청소년 관련 일꾼들에게 무료로 커피를 제공하고 커피 맛을 모니터링하면서 이렇게 바리스타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나는 이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기특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흔히 학교밖 청소년을 학교 다니기 싫어하는 불온한(?) 청소년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물론 그런 부류의 청소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요즘엔 '학교에서는 내 꿈을 이루는 데 필요한 공부를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이라거나 '더욱 자유롭게 다양한 체험을 해보고 싶어서' 등 매우 주체적이고 철학적인 이유로 학교밖 청소년을 자청한 아이들이 꽤 있기 때문이다.

경상남도 18개 시·군에는 20개의 상담복지센터가 있는데, 거기서 학교밖 청소년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검정고시 지원을 비롯하여 생존수영 자격과정, 딩기요트 자격과정, 바리스타 자격과정, 드론지도자 과정, 원동기 자격과정, 캐릭터디자인 과정, 조리사 과정, 안전요원 자격과정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올 한 해 동안 검정고시에 합격했다든지 자격증을 취득했다든지 취업을 한 청소년은 1064명에 이른다. 2018년 경남에서 학교밖 청소년 발생 인원을 대략 2300여 명으로 볼 때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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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경남 각 시·군 상담복지센터에서는 학교밖 청소년 졸업식이 한창 열리고 있다. 축하공연을 하고, 우수멘토와 우수사례 발표도 하고, 부스를 차려놓고 그간 익힌 손재주를 자랑하면서 한판 잔치를 벌이고 있다. 나는 이 아이들의 웃음 가득한 얼굴에서 무언가를 이루어냈다는 기쁨과 성취감을 보면서 아낌없는 축하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웃음 가득한 저 아이들의 얼굴이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도록 학교밖 청소년에 대한 경남도민들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당부드린다. 이 아이들이 좌절하지 않고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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