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조례안 수정 시사에 성소수자 학생 공개서한

"저는 성소수자 학생입니다. 저는 학교 안에서 성소수자라는 이유 때문에 숨 쉬듯 차별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의 정체성, 저의 존재를 찬성과 반대로 나누려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저희의 안전을 지키는 조례안을 만들어 주세요."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반대 여론을 고려해 학생인권조례안 수정 가능성을 시사하자, 이를 걱정하는 도내 한 중학생이 공개 서한을 보냈다.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 청소년행동분과 '조례를 만드는 청소년'은 이를 교육청에 전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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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취임 100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경남도민일보 DB

이 학생은 '박종훈 교육감님께 보내는 성소수자 학생의 편지'에서 "성소수자인 저에게 학교는 늘 불행한 공간입니다. 친구들에게 성소수자라서 '더럽다'는 말을 듣기도 하고, 어떤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N극과 N극이 서로 밀어내는 것처럼 동성도 서로 밀어내야 정상적이라고 합니다. 학교에서 인권교육을 할 때도 성소수자는 마치 보이지 않는 희귀한 사람인 것처럼 설명합니다. 이럴 때면 학교에 다니는 성소수자인 저의 존재는 없어지는 것만 같습니다"라며 학교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학생인권조례안에서 가장 저에게 크게 다가왔던 부분은 16조 '차별의 금지'입니다. 처음 조례안이 발표되었을 때 '성정체성,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한다'는 조항을 저는 몇 번이고 읽어 봤습니다. 교육청에서 직접 성소수자를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믿기지 않기도 했고, 비록 한 줄의 문구지만 저에게는 아주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라고 밝혔다.

이 학생은 최근 박 교육감이 조례안 수정을 시사한 내용을 언급하며, 조례를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성소수자 차별금지 조항을 삭제할까봐 걱정했다.

학생은 "학생인권조례안의 차별금지 조항이 뜨거운 감자가 된 지금 상황은 저에게 제 삶과 정체성을 찬반으로 나누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기사를 보니 교육감님께서는 '선출직'이기 때문에 조례안을 원안대로 가져가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교사로 일했고, 선출직이기 이전에 교육자라는 걸 먼저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학교는 모든 학생을 위한 공간이 돼야 합니다. 교육자로서 인권을 침해당하는 학생들 편에, 특히 약자일 수밖에 없는 소수자 학생들 편에 서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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