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장 발자취 머릿속에 담고 가슴에 새겼어요
마산·진해 옛 시가지 답사
직접 신문 제작…품평회도
기사엔 독창적 관점 묻어나

경남도민일보 청소년 기자단이 올해로 여섯 번째를 맞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으로 진행하는데 2013년부터 2015년까지는 도랑·에너지·낙동강 등으로 해마다 주제를 달리했지만 2016년부터는 지역 역사 하나로 못박았다. 학생들 호응도 대단했고 결과가 머리와 마음에 새겨지는 효과도 뛰어났기 때문이다.

지역 역사는 학교서도 가정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대학 진학에 도움이 되지 않고 대입 수능에 나오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또한 이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추지 않는 단점도 있다. 지역 학생들은 자기가 나고 자란 지역을 잘 알지 못하는 까닭이 여기 있다. 따라서 자기 지역을 자랑스러워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도 없다.

지역 역사는 이런 현실을 바꾸는 지렛대 구실을 한다. 현장을 돌아보며 취재를 한 다음 그 내용을 기사로 써보면서 되새긴 다음에는 모든 것이 달라진다. 이를테면 이렇다. 올해 진해 석동중·동진중, 창원 팔룡중·도계중, 마산 해운중·호계중·제일여중 학생들이 마산 창동·오동동 일대를 찾아 취재활동을 벌였다. 마산 학생들은 창동·오동동 일대가 낯설지 않은데도 이번 활동에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이 많다고들 했다.

▲ 조창터 유정당(唯正堂) 그림을 찾은 도계중 학생들. /김훤주 기자

"평소 한 번씩 놀러 가는데 창동에 이런 역사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창동에서 많은 사실을 알게 됐고 신문을 만들면서 더 깊게 알게 됐다." "오늘 창동 가서 역사도 알게 되었고 좋은 경험도 많이 쌓았다." "창동의 역사를 알게 되어 좋았고 더 알고 싶어졌다." 지역 신문이 지역 학생들을 위하여 할 수 있는 훌륭한 영역 가운데 하나가 지역 역사 알리기인 까닭이다.

취재팀은 5명씩이 기본이다. 이들은 나중에 신문 제작과 편집까지 함께 한다. 팀별로 취재 대상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함께 적힌 미션지가 한 장씩 주어진다. 이들은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시민극장, 가장 오래된 서점, 마산형무소 터, 3·15의거 발원지, 위안부소녀상, 조창 터, 315희망나무, 원동무역주식회사 표지석 등을 눈에 담고 머리에 새겼다.

▲ 위안부 소녀상 둘레를 살펴보며 취재를 하는 호계중 학생들. /김훤주 기자

어른이 앞장서서 데리고 다니며 설명하는 방식으로 하면 수동적이 되어서 좋지 않다. 자발성을 높이고자 스스로 묻고 찾아서 사진을 찍고 기록하도록 했다. 이래야 몸과 마음에 새겨지는 것이 많다. 그래도 함께 모여 역사적 사실과 그 의미를 공유하는 과정과 모자라거나 빠진 구석을 보충하기 위한 묻고 답하기는 필요하다.

취재를 마치고는 점심을 먹고 학교로 돌아왔다. 기사 쓰기와 신문 편집을 하기 위해서였다. 기사 쓰기에서는 개성 있는 관점과 독창성이 가장 중요하다. '팩트는 중요하지 않다. 손가락만 까딱해도 인터넷에서 마구 쏟아지는 것이 팩트다. 자기 아니면 느끼지 못하고 표현할 수 없는 관점이 있어야 좋다. 객관 사실에 대한 정확한 기록보다 체험과 공감에 따른 주체의 생생한 느낌이 갈수록 중요해지게 되어 있다.'

기사 쓰기와 신문 편집을 두 시간 만에 끝내도록 했다. 기자는 오늘 마감을 지키지 못하면 내일 신문에 기사가 나가지 못한다. 실제 신문 기사를 마감할 때와 같은 긴장감과 중압감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시간을 넉넉하게 주면 누구나 잘 쓸 수 있다. 반면 주어진 시간 안에 글을 써내게 하면 글쓰기 능력이 커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모두 끝낸 다음에는 만든 신문을 앞에 세워놓고 품평을 했다. 짜임새 있게 잘 만든 팀과 좋은 기사를 생산한 학생에게는 5000원짜리 문화상품권도 선물로 주었다. 자기가 사는 지역 역사도 알아보면서 취재-기사 작성-편집까지 신문 만드는 전체 과정을 체험한 하루였다. 이런 과정에서 자기 지역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커졌다면 더 없는 보람이 된다.

중학교 1학년이 이런 글을 써냈다. "마산 3·15의거 발원지를 갔다 왔다. 1960년 3월 15일 당시 대통령이던 이승만이 독재를 위해 부정선거를 저지르자 격분한 시민과 학생으로 이루어진 평화적 시위대가 일어났다. 그러자 경찰이 발포하여 김주열이라는 고등학생의 눈에 최루탄이 박혔고 한 달 뒤 실종되었던 그가 마산 앞바다에 시체로 떠오르자 학생과 시민들이 다시 들고일어났다. 이는 4·19혁명으로 이어지게 되는 아주 역사적인 사건이다. 또 정부에 지배받던 국민이 지배를 하는 정치세력을 이긴 최초의 사례다. 만약 학생들이 들고일어나지 않았다면 우리는 아직도 대통령과 정부에 지배당하면서, 조금만 시위해도 총과 칼에 맞아 죽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을 것이다. 3월에서 4월까지 그 한 달 동안 학생과 시민들이 피를 흘려가며 대한민국의 미래, 민주주의의 미래를 지켜냈다. 아무리 대통령이 더 심한 일을 저질렀어도 자신을 희생하며 목숨 걸고 시위하고 투쟁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나도 겁나서 절대 못할 것 같다. 3·15의거에 참여한 모든 분들에게 그리고 의거를 지원하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그분들께서 지금 이 순간을 만들어 주시고 매일 매일 깨끗하고 평온한 대한민국으로 바꾸어 놓으셨다."

올해 기자단 활동은 앞에 본 마산에 더하여 진해 옛 시가지에서도 했다. 진해는 창원 웅남중, 마산 양덕중·양덕여중, 진해 용원중이 찾았다. 진해탑 8층 전망대에 올라 시가지 얼개를 파악한 다음 2층 박물관에서 문제를 풀며 간단하게 살펴보았다. 이어 중원로터리 일대에서 문화공간 흑백, 진해우체국, 시월유신기념탑, 팔각정(새 수양회관), 원해루 등을 찾아보고서 '백범 김구 선생 친필시비'가 있는 남원로터리에서 모였다.

▲ 진해탑 8층 전망대에 올라 시가지 모습을 살펴보며 그림을 그리는 웅남중 학생들. /김훤주 기자
▲ 양덕여중 학생들과 신문 만들기를 끝내고 찍은 기념 사진. /김훤주 기자

올해는 또 창원이 아닌 진주에서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경상대사대부중과 진주제일중학교가 함께했다. 오전에 진주성과 촉석루·의기사, 진주향교와 진주역 차량 정비고를 둘러보고 오후에는 이를 기사화하면서 신문 편집을 했다. 진주성과 촉석루·의기사는 다들 한 번은 가 본 장소였지만 이번에 듣고 본 역사적 사실과 관점이 새로웠고 진주향교와 진주역 차량정비고는 가본 적조차 없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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