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사고 자본주의 시스템 오류로 봐야
발생 원인 찾아 수정하는 디버깅 중요

'버그(bug)'는 벌레라는 뜻의 영어 단어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오류를 지칭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실제로 컴퓨터 개발 초창기에 나방이 컴퓨터 안으로 들어가 합선을 일으켜 오작동을 발생시킨 사건이 명칭의 유래가 됐다고 한다.

"버그가 없는 프로그램은 존재하지 않는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에서 진리로 통용되는 말이다. 버그가 없는 프로그램은 아주 간단하거나, 프로그래머가 신과 같은 존재여야 한다.

사실 프로그래머들은 버그가 없는 프로그램이 작성되면 되레 불안해한다. 중요한 순간에 발견하지 못한 버그가 작동돼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버그가 없는 완벽한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하는 것보다 버그가 발견됐을 때 수정을 하는 '디버깅'이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인다.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의 50%는 버그를 수정하는 일이다. 많은 시간 베타테스트를 하면서 버그를 발견하고, 수정한다. 버그를 잡고 수정했는데, 그것이 또 다른 버그를 만드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충분히 베타테스트를 했다고 판단했는데,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버그가 발견되기도 한다. 대부분 사람에게는 문제가 없는데, 소수의 몇 사람에게만 버그가 발생하기도 한다. 버그 발생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게 되면 게임은 망하게 된다.

사회라는 시스템은 매우 복잡하다. 사회 속에 버그는 반드시 존재한다. 얼마 전, 서울 아현동에서 통신구 화재가 발생했다. 아현동 일대의 해당 통신사 인터넷이 멈췄다. 피해가 막심했다. 핸드폰이 불통이라 연락을 할 수 없고, 식당에서 카드단말기가 작동되지 않아 영업할 수 없게 됐다. 응급환자가 119신고를 제때 하지 못해 사망하기도 하고, 병원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기도 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는 한국지역난방공사 열 수송관이 파열돼 한 명의 시민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화상을 입었다. 강릉에서는 KTX 열차가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끊이지 않고 일어난다. 앞서 열거한 사고는 천재지변과 같이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사고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버그다. 사고를 수습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사고의 디버깅이 중요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수조 원대의 분식회계를 했다. 자본주의 시스템에 심각한 버그가 발견된 것이다. 뭘 몰라서 어쩔 수 없이 실수해 만들어진 버그가 아니다. 의도를 갖고 일부러 만든 버그다. 너무나도 뻔히 보이는 버그인데, 관리감독해야 할 정부가 눈을 감고 있었다. 불법으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불법을 무마하고, 다시 불법으로 더 큰 돈을 번 셈이다. 수십 년간 지속한 버그, 이제는 고쳐야만 한다.

대법원이 대형 로펌과 협잡해 일본 전범 기업에 유리하도록 재판을 사주했다. 사법시스템의 근간을 허무는 심각한 버그다. 아울러 '친일'이라는 버그가 광복 70년 동안에도 디버깅되지 못했다는 사례다.

이병욱.jpg

2년 전, 버그의 화수분과 같은 정권을 수백만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어 탄핵했다. 많은 사람이 '촛불혁명'이라고 부른다. 과연 혁명이 일어난 것인가?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고쳐야 혁명이라 부를 수 있다. 촛불 이후, 우리 사회의 버그는 여전히 돌아다니고 있다. 디버깅의 핵심 주체여야 할 국회는 계란 3개로 100인분의 계란국을 끓여 아이들에게 먹이고, 그렇게 해서 남는 돈으로 성인용품이나 사는 비리 유치원을 막는 법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다. 국회 자체의 버그를 잡고자 선거법을 개정하려 해도 기득권을 놓지 않아 진행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버그, 반드시 디버깅되어야 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