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후반 잠시 쉬어가 봅니다

의령문인협회에서 활동하는 양창호 시인이 올해 환갑 년을 맞아 첫 시집 <오후 3시, 수요일>을 내놓았다.

양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그리움이 있어 아쉬움이 있어 가까이 있는 이름을 불러본다. 아무리 불러도 눈보다 더 시린 이름을 불러본다. 기억하고 싶다. 잊지 않으련다. 한 그루 나무를 심는다"라며 자신의 작품에 대한 기억의 의미를 밝혔다.

"…/1막이 끝난 무대 뒤 휴식이다/애써 그리려고 해도 그릴 수 없는 얼굴을 그린다/보이는 것은 점점 어두워지고 아프다고 야단이다/생맥주 거품에 취하고 애인이 생각나는/제한된 공간에 들어가고 싶은 시간이다/무리지어 다니는 카톡, 밴드를 곁에 두고/그 울림에 취하여 건반을 두드린다/나른함이 먹물을 뒤집어쓰고 기어간다/피곤함을 온몸으로 느끼며/손목시계의 울림으로 들어간다/오후의 거리는 목이 마르고/다가올 주말을 위해 햇볕을 그리고 있다". <오후 3시, 수요일>의 표제시다.

시집의 제목부터가 특이하다. 요즘처럼 주 5일제를 시행하는 직장인에게는 수요일이 가장 힘들다. 그래서 '오후 3시, 수요일'은 힘들고 지치기 쉬운 현대인의 삶을 암시하고 있다. 더불어 올해 환갑을 맞은 시인의 인생의 시계를 보여주고 있다.

시인의 시가 의미하는 것은 어떤 것일까?

문학박사인 김복근 시조인은 해설에서 "시인은 속도의 시공간을 비교적 여유롭게 살아간다. 존재에 대한 의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섬진강의 담담한 흐름을 보면서 자랐고, 남강물의 유유한 흐름을 함께하면서 살아가는 그는 멈추면 보이는 것, 혹은 쉬어가는 연습을 하면서 대인이 지닌 풍모를 보여준다"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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