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명문 첫걸음, 도민구단 한계 깨야
임기만료 앞둔 대표·감독 거취 결정 빨라야 팀 안정
지역밀착 마케팅 강화하고도민구단 비전 제시 필요

축제는 끝났다. 이제는 새로운 축제를 준비해나가야 할 시점이다.

경남FC가 KEB하나은행 K리그1 준우승과 함께 아시아축구연맹챔피언스리그(ACL) 조별예선 직행이라는 큰 성과를 거뒀고, 지난 1년간을 종합하는 시상식에서도 충분히 인정받았다. 하지만 경남은 축제에 빠져 있을 시간이 없다. ACL은 자칫 구단의 무덤이 될 수도 있는 양날의 검과 같기 때문이다.

올해 127억 원으로 구단을 운영한 경남이 내년에는 수십억 원을 더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지만, 허투루 쓸 수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투톱 안정화 = 경남 구단은 지금 권력 교체기를 맞았다. 조기호 대표이사 임기가 올해로 끝나는 데다 김종부 감독 계약 기간도 종료를 앞두고 있다. 조 대표가 유임할지 교체될지에 대해서는 전혀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이 시점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는 것은 유임 쪽에 무게가 실리는 정황이다.

김종부 감독 재계약도 아직 남은 숙제다. 김 감독 본인은 경남에서 ACL을 치르고 싶다는 의지는 강하다. 경남도나 구단도 김 감독과 재계약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중국에서 러브콜이 심상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전북 최강희 감독의 중국 이적을 주도했던 중국 측 에이전트가 최근에 김 감독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이사-감독의 신분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내년 구상을 펼쳐나갈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마케팅 강화 = 경남은 시즌 성적에 한참 못 미치는 관중 동원이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 2부리그 강등과 전임 대표이사의 비리 등으로 팬들이 떠났다고는 하지만 올 시즌은 리그 성적도 빼어났고, 말컹이나 쿠니모토, 네게바, 박지수, 김효기, 최영준 등 스타 플레이어가 탄생했고 이들의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쏟아지면서 팬을 늘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었다.

올해 경남은 연말 시상식에서 지난해 대비 큰 관중 증가를 가져왔다 해서 '플러스스타디움상'을 받았다. 아무래도 2부에서 1부로 승격한 효과가 컸다.

다양한 프로모션과 마케팅으로 도민에게 더 다가갈 필요가 있다. 마케팅에는 비용도 수반된다. 내년 예산이 늘어난 만큼 마케팅 비용 증액도 필요해 보인다.

◇구단 정체성 = 김 감독은 시즌 종료를 앞두고 거취에 대해 물었을 때 "지금 중요한 것은 내 거취보다 클럽 경남의 정체성이 뭔지를 세워나가는 것"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도민들이 주인인 도민구단으로서 경남FC가 어떤 모습으로 갈 것인지,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

이와 관련, 김경수 지사는 준우승을 확정한 후 "FC바르셀로나처럼 주주인 도민이 직접 경영에 참여하는 구단"을 얘기했다. '도의 예산 지원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라 자생력을 갖고 성적도 도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줄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구단의 정체성이란 게 단숨에 만들어질 수는 없다. 하지만 방향성을 잡고 그렇게 되고자 힘써 가는 과정에서 서서히 정체성은 현실화할 수 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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