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탕달 신드롬'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예술작품을 보고서 정신적 충격을 느낀 나머지 일시적이긴 하지만 몸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는 상태로 되어버리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러한 현상에 프랑스 작가 '스탕달'이란 이름이 들어간 연유는, 그가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산타크로체성당에서 어떤 그림을 보고서 다리에 맥이 빠지는 황홀경을 겪은 데서 비롯됐다는 설이 있다. 이런 경험을 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어떤 심리학자가 '스탕달 신드롬'이라고 명명하면서 일반화됐다.

스탕달은 대체 뭘 봤을까? 그가 본 그림은 이탈리아 유명 화가 귀도 레니의 프레스코화 '베아트리체 첸치'였다. 베아트리체는 귀족의 딸이었고 예뻤다고 한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강간을 당하고 당국에 신고했지만, 귀족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 없이 풀려났다고 한다. 이후 그의 아버지는 가족을 더 심하게 학대했고 급기야 베아트리체는 가족의 도움을 받아 아버지를 살해했다. 베아트리체는 정당방위를 주장했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교황청은 가톨릭 집안이었던 첸치가의 재산에 탐을 내어 사형집행을 강행했다고 한다. 그의 나이 22살. 1599년 9월 11일 새벽 산탄젤로 다리. 사람들은 베아트리체의 마지막 모습을 보려고 몰려들었다. 그 자리에 귀도 레니도 있었다.

레니가 그린 '베아트리체 첸치의 초상'. 이 그림을 보면 주체할 수 없는 애잔함이 솟는다. 아마도 그 스토리텔링 때문일 것이다. 나는 주로 성산아트홀과 3·15아트센터, 도립미술관, 금강미술관, 창동예술촌 아트센터 전시실을 찾아 미술작품을 감상한다. 때론 다른 지역 전시회를 찾기도 하고. 미술관에선 주마간산으로 훑다가 감성을 툭 건드는 작품이 있으면 한참 뚫어지게 보는 습관이 있다. 그럴 땐 대부분 그림 속에서 스토리를 만들고 있다. 그런데 아직 '스탕달 신드롬'을 느껴보진 못했다. 공연이든 전시든 우리 지역에서 그걸 느끼게 될 작품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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