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독자 기술 개발한 시험발사체 성공
우주 주권국 향한 작지만 큰 걸음 평가

필자의 유년시절인 7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필자가 살던 시골에는 전기가 충분히 보급되지 않아서 저물녘 땅거미가 지고 어두운 밤이 찾아오면 동네 가옥마다 호롱불을 밝혔던 기억이 머릿속에 어렴풋이 떠오른다.

놀기를 좋아했던 필자는 방학만 되면 곧바로 시골로 달려갔다. 시골에서의 생활이 특별히 더 편리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무언가 필자를 시골로 끌어당기는 동인(動因)이 있었음은 분명했다.

돌이켜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마도 칠흑 같은 밤을 밝혀주는 온화한 호롱불의 은은한 빛이 빚어낸 아늑함과 당장이라도 땅으로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밤하늘의 영롱한 별들, 그리고 이따금 긴 꼬리를 달고 삽시간에 시야에서 사라지는 별똥별 때문이었으리라. 특히 밤하늘을 가로지르며 강물처럼 흐르는 은하수는 형언할 수 없는 감동 그 자체였다. 비록 작금에는 선진국들의 탐험과 개척의 각축장이 된 지 오래지만, 유년시절의 필자에게 밤하늘의 우주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지난달 27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화성 탐사선인 '인사이트(InSight)'호가 화성 착륙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인사이트'호는 206일간 약 4억8000만㎞를 날아가 화성의 적도 근처인 '엘리시움' 평원에 안전하게 착륙하여 역사상 8번째 화성 착륙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이전의 화성 탐사선들, 가령 '큐리오시티(Curiosity)' 등이 화성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탐색하거나 지표면 탐사 활동에 주력했다면 이번 '인사이트'호는 화성 지표면을 5m가량 뚫고 들어가 지질과 내부 온도 등을 탐지하고 지진파 계측을 통해 화성 내부의 구조를 연구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NASA는 '인사이트'호의 화성탐사를 통해 지구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지를 추정하고 인류가 실제로 화성에서 생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우주과학 후발주자인 우리로서는 '인사이트'호의 성공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언제?'라는 아쉬움과 부러움이 마음 한편에 자리하고 있었음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듯싶다. 그러나 우주 강국의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가슴 뭉클한 희소식이 우리에게도 전해졌다. '인사이트'호가 화성 착륙에 성공한 바로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 중인 한국형발사체(KSLV-2) '누리호'의 75톤급 시험발사체가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어 엔진 비행시험에 성공했다.

정부는 2021년을 목표로 인공위성을 싣고 지상으로부터 약 600∼800㎞를 비행할 수 있는 3단 우주로켓인 '누리호'를 개발하고 있는데 이날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핵심엔진인 2단부 75톤급 액체엔진의 성능을 성공적으로 검증한 셈이다. 선진국이 극도로 기술공유를 꺼리는 우주발사체의 핵심엔진을 국내 최초 독자기술로 개발하고 발사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우리 모두가 축하하고 기뻐할 일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이번 성공에 도취되어 자만에 빠지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단지 우주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발을 떼었을 뿐이며 우주 강국으로 나아가는 길은 험난하고 무수한 난관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속담에 '주마가편(走馬加鞭)'이라는 말이 있다.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해 더 빨리 달리게 하듯이 2030년 온전히 우리 힘으로 달 탐사가 가능한 우주 강국이 실현되는 그날까지 초심을 잃지 말고 전력을 다해 부단히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15세기 세계 최고 수준의 로켓발사장치인 신기전(神機箭)을 발명한 찬란한 과학문화유산이 우리에게 있음을 깊이 인식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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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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