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전 원장·연구원 2명 비위 적발해 검찰 고발
"작은 일탈"인식 속 사과·사내 징계 조치조차 안 해

전 원장과 소속 연구원이 업무상 배임 또는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사과문은 물론 어떤 공식 입장도 표명하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해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5월 한국전기연구원(이하 KERI)을 특정감사했다. 그 결과, 소속 연구원 2명에 대해, 회사를 차린 뒤 KERI의 예산과 인력을 빼돌려 손해를 입힌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 전 원장에 대해서도 이들 2명 연구원의 행위에 동조한 혐의(업무상 배임 또는 사기)로 검찰에 고발했다. 감사원은 이 같은 감사 결과를 지난달 28일 발표했다.

▲ 창원시 성산구 성주동 한국전기연구원 본원 전경. /김연수 기자

그러나 KERI는 감사원 발표 이후 어떤 공식적인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최동철 KERI 경영지원부장은 "지금은 (감사원의) 처분을 받고 논의하고 있는 단계다"라며 공식 입장 표명과 관련해서는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감사원 발표 결과 그대로다. 연구원에서 어떤 입장을 밝히기보다 감사원 조치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최 경영지원부장은 "이번 사건은 (해당 직원이) 창업 대표이자 연구소 직원인 신분에서 생긴 일이다. 문제가 된 것은 몇 년 전 일인데 그 당시 한국전기연구원은 출연기관의 역할로서 기술 확장 차원에서 (창업을) 밀어주려고 애썼다. 창업을 지원하려는 과정에서 생긴 작은 일탈이었다. (해당 직원은) 오랜 기간 숙련된 기술로 창업을 한 건데, 연구원과 기업인 신분을 잘 구분 못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창업 지원 과정에서 생긴 작은 일탈이라는 KERI 측의 설명과는 달리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를 보면 이들이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개연성이 크다.

2명 연구원은 외부 민간기업에 형광내시경 카메라기구 설계 등 계약을 체결한 뒤 KERI 예산 3344만 원을 지급하고 계약한 제품은 자신들이 창업한 회사에 납품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들은 KERI 위촉연구원인 러시아 연구원 2명과 청년인턴연수생 1명에게 자신들이 창업한 회사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이들 인건비 1억 3000여 만 원은 KERI가 지급하도록 함으로써 KERI에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전 원장은 이들의 행위를 돕고 승인해준 혐의로 함께 고발됐다.

KERI 측은 두 직원이 휴직인 상태라서 연구원에 출근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또한, 별도의 사내 징계 조치는 아직 없고 감사원의 조치에 따라 절차를 밟을 것이라 밝혔다.

감사원 보고서에는 "이들이 전기연에서 빼돌린 예산 3344만 원과 인건비 1억 3000여만 원을 회수하는 등 방안을 마련하고,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정시식 경남시민주권연합 대표는 이번 감사 결과에 KERI가 사과도 하지 않고 침묵하는 것은 국민과 경남도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정 대표는 "이번에 드러난 범죄 혐의는 사실을 명백히 밝혀 일벌백계해야한다"며 "정부출연기관인 전기연구원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확실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창원에 본원을 둔 한국전기연구원은 올해 1분기 기준 정부출연금 571억 5300만 원, 정부수탁사업비 245억 5800만 원이 예산으로 책정된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한국전기연구원 인사규정 제30조의2(겸업의 특례)는 '원장은 관계법령에 의한 벤처기업 창업의 사유로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직원으로 하여금 타업에 종사하게 할 수 있으며, 이의 시행에 필요한 세부사정은 창업지원규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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