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하지 못한 싱크탱크 '정책제언 부실'
개원 26주년 기념 토론
경남형 모델 제시없이
기존사례 발표에 그쳐

경남발전연구원이 '스마트 경남 실현'이라는 주제를 내걸고 6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세미나를 개최했다. 개원 26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였고, 여러모로 의미 있는 현장이었다.

김경수 도정의 핵심은 '스마트'로 집약된다 해도 과언이 아닐뿐더러, 다양한 정책과 관련 논의가 다소 어지러워 보이기조차 할 정도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경남도의 '싱크탱크'답게 경남발전연구원은 시의적절한 주제를 정한 셈이고, 지난 몇 년 동안 이어진 여러 난맥상을 일소하겠다는 신임 홍재우 원장의 의지도 일정 정도 반영된 듯싶었다.

홍 원장은 "최근 몇 년 동안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 선도적으로 정책제안을 하고 문제 제기를 하는 싱크탱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 스마트한 경남으로 경제혁신과 도정혁신을 추동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세미나는 '개원 26주년 기념'이라는 의미부여에 부합할 만한 무게감이 다소 부족해 보였다. '스마트 경남'의 개념과 전망을 보여주는 데도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흘러나올 수밖에 없었다.

임철우 LH 도시재생계획처 차장이 '산업변화시대 거점 중심 도시재생 추진 방안'을, 남광우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가 '스마트도시와 지역혁신'을, 김연중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항만물류기술연구실장이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 항만'을, 김남룡 김해시 도지재생지원센터장이 '경남지역 도시재생과 스마트 도시'를 주제로 발표를 했다.

▲ 경남발전연구원 개원 26주년 기념 '스마트 경남 실현' 세미나가 6일 오후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저마다 전문성을 인정받는 발표자들로, 일반인들은 생소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일 수 있겠으나, 아무튼 최근 트렌드와 향후 전망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냈다.

하지만 '스마트 경남'이라는 접점에는 다다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일반적인 스마트 도시·농업·항만 개념에 대한 설명에 머물렀고, 기존 사례를 취합해 소개하는 수준에 그치다 보니 경남형 모델을 제시하는 데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경남도청에서 진행하는 '스마트 경제혁신' 논의와도 동떨어진 듯한 느낌이었다. 주제발표자 5인의 논의는 따로따로 놀았고, 이를 한데 묶을 수 있는 개념화 시도는 세미나 어느 장면에도 배치돼 있지 않았다.

당장 김경수 지사는 연일 '스마트 경제'와 '스마트 일자리 창출'을 역설하며 구체적인 성과를 내는데 골몰하고 있지만, 경남발전연구원에서는 정책 방향을 제시하기는커녕 여전히 '공부와 학습'에 머물러 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 세미나였다.

이날 토론 좌장을 맡은 송부용 경발연 선임연구위원은 "여러 분야에 대한 종합적인 접근을 하는 연구소이기에 연구원들이 스마트에 대한 배움의 시간을 가져보자는 취지로 세미나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송 위원은 "발표 주제는 많고 시간은 짧아 송구하게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취지도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적어도 광역자치단체의 연구소라면 이미 정책제언을 넘어 도민 누구나가 쉽게 이해하고 동참할 수 있는 미래상을 그려줘야 할 시점에 아직 '공부 중'이라는 걸 스스로 인정한 격이었다.

토론자로 나선 최열 부산대 교수는 "일반적으로 세미나 발제를 하면 2개 내지 많으면 3꼭지 정도 하는데 5개를 하니 얼마나 욕심이 많은지 알겠다"며 "최근 많은 학회에서 도시재생과 스마트에 대한 세미나를 어마어마하게 많이 하고 있고, 홍수를 이룰 정도"라며 관련 학계 동향을 소개했다. 방대한 주제를 짜깁기하면서 '스마트 경남'이라는 주제로 수렴시키지 못했다는 걸 우회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이옥선 경남도의회 기획행정위원장은 "개념 정리도 모호하고, 실제 일을 누가 하는 건지, 일자리 창출 효과와 실제적인 도민의 삶 변화는 어떻게 가능한지 등을 시급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인데, 일목요연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듯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스마트'라는 개념을 경제혁신의 도구로 무리하게(?) 끌어들인 김 지사의 문제인지, 아니면 구체적 실행 방안을 찾지 못하는 연구집단과 실행 공무원들의 문제인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세미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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