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창동과 오동동, 서성동 일대를 새롭게 단장하여 민주화 성지인 창원시의 정체성을 되살리자는 제안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얼마 전 창원시는 3·15의거의 발원지였던 마산합포구 옛 민주당사 건물을 매입하여 민주주의 역사를 되짚고 기억할 수 있는 기념 공간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3·15의거기념사업회 등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들도 동판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이곳에 기념관을 짓고,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지, 의거 기념탑, 옛 남성동 파출소 자리, 창동사거리를 잇는 구간을 민주주의 거리로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이 길은 3·15의거는 물론 부마민주항쟁과 6월민주항쟁 등 마산과 창원 지역 민주화운동의 흔적과 기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시대적 공간이다.

여기에 더하여 마산 오동동문화광장에 지역 출신 항일독립운동가 명도석 선생과 김명시 장군의 동상을 건립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명도석 선생은 전국에서도 가장 일찍 노동야학을 운영하면서 민족의식을 고취시켰다. 3·1만세운동을 벌였으며 신간회 지회를 결성하였고, 원동무역주식회사를 경영하면서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한 항일독립운동가이다. 김명시 장군은 상해와 만주에서 여성노동자운동과 사회주의 민족해방운동을 펼치다 조선의용군에 들어가 항일투쟁을 이끌었다.

마산 원도심 지역은 우리나라 개항과 항일운동, 현대사의 민주화 과정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겨왔음에도 이를 기억할 수 있는 건조물은 없다. 친일 행적으로 논란을 빚어온 이은상, 조두남의 기념관은 있지만, 항일독립운동가들의 삶과 헌신을 미래 세대에게 전할 수 있는 건조물이 없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두 분이 태어나 자란 동네에 인접한 오동동문화광장에 동상을 건립하면 일본군 '위안부' 집결소에 의롭게 서 있는 인권자주평화다짐비와 함께 일제압제와 항일독립의 역사를 기리는 기념물이 될 것이요 민주주의 거리로서 제격을 갖출 것이다.

마산의 원도심 재생에서도 민족운동사와 민주화의 궤적은 재현되지 못하고 있다. 일련의 제안들을 창원시가 실천하여 민주주의의 성지 마산·창원의 정체성을 살려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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