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첫 번째 국립공원인 지리산에 새로운 명소가 생겼다. 지리산은 험하다고 지레 겁먹고 못 오던 사람들에게 딱 맞는 길, 등산보다는 산책과 사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딱 좋은 길, 노약자도 어린이도 쉽고 안전하게 오르내릴 수 있는 명품탐방로가 생겼다. 바로 대원사계곡길이다. 이 계곡은 골이 깊고 갈래가 많아 사시사철 산수(山水)를 콸콸 쏟아낼 정도로 수량이 풍부하다. 또한 수력(水力)이 강해 깊이 팬 암반과 상류에서 쓸려온 집채만 한 바위가 많고, 급류와 소(沼)의 반복이 길게 이어지며 주변의 노송과 참나무들이 어우러져 동양화 같은 경관이 연출되고 있다.

대원사 계곡에는 애환과 문화의 흔적이 많다. 신라시대 때 창건된 이후 격동의 역사마다 불에 탔지만 그때마다 재건을 거듭하여 오늘날 비구니 3대 사찰로 자리매김한 대원사가 있고, 많은 사람들이 마지막 피난처나 은거지로 삼아 목숨을 부지했던 흔적과 스토리가 이 길의 끝인 유평마을 곳곳에 스며 있다. 이 길을 더 오르면 남명 조식 선생이 천왕봉을 오르던 유람길이 있고, 더 먼 옛날에 가야국의 마지막 왕이 쫓기듯 올라간 왕등재가 있다. 이렇듯 지리산의 위대한 자연과 문화와 삶의 궤적들이 대원사계곡길 3.5km에 압축되어 있으며, 길 곳곳에 이런 특징들을 쉽게 설명한 해설판이 설치되어 있다. 국립공원 홈페이지나 전화예약으로 신청하면 전문 해설사로부터 이 계곡의 자연과 문화를 생생하게 설명 받을 수 있다.

이 길을 위해 산청군에서는 막대한 예산을 내놓았고, 대원사에서는 귀중한 땅을 내놓았으며, 국립공원사무소에서는 흙을 깎거나 나무를 자르는 등의 자연훼손을 최소화한 세심한 공법을 동원하여 길을 놓았다. 즉, 서로 다른 기관들이 목표를 공유하며 협력하여 성과를 낸 협치의 모범사례이다. 이 길을 설치한 목적 중의 하나는 지역경제 활성화이다. 자연을 지켜내고 있는 지역사회에 도움을 줌으로써 그 자연을 더욱 잘 보전할 수 있도록 하는 선순환의 생태관광, 문화관광 효과가 발생되기를 바란다. 지역주민도 자기 마을을 더욱 예쁘고 깨끗하게 꾸미고, 특산물과 맛난 음식을 개발해서 착한 가격으로 제공하며, 더욱 따듯한 서비스로 방문객을 대하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이 대원사계곡길을 국민 모두가 즐겨 찾는 국민탐방로로 발전시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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