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결실 맺어준 NC 응원으로 보답
NC광팬 부인 만나 팀전향
야구 보며 부부갈등 해소
"내년 시즌도 함께할 것"

조재범(48) 씨는 야구장에서 재미도 사랑도 잡은 진정한 승리자(?)다. LG 트윈스를 향했던 팬심을 지역 연고팀인 NC로 옮겨 창원 마산야구장 드나들길 몇 년. 같은 취미를 지닌 반려자를 만나 평생 함께할 것을 약속한 그다. '이호준'이 적힌 유니폼이 두 장에서 네 장으로 늘어난 지금. 조 씨 가족은 내년 새 야구장에서 새롭게 도약할 NC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야구를 어떻게 접하게 됐나.

"고향이 창원이다 보니 아주 어릴 적 마산야구장을 몇 번 드나들었다. 본격적으로 야구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때다. 당시 우승을 놓고 벌어진 일본과의 경기에서 김재박 선수가 선보인 '개구리 번트(또는 캥거루 번트)'를 보면서 야구 매력에 흠뻑 빠졌다. 자연히 응원하는 팀도 김재박 선수가 있던 MBC청룡, 이후에는 LG 트윈스였다. NC가 창원에 창단한 첫해에도 NC와 LG 경기가 있으면 LG를 응원했다."

-NC로 팬심이 옮겨간 이유는?

"아내를 만나면서다. 아내가 NC 광팬이다. 고향이 전주인데 NC 경기를 보러 창원은 물론 전국을 거침없이 누볐다. 어느 날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지인 소개로 아내와 한 테이블에 앉아 야구 경기를 보게 됐다. 야구라는 공통점을 찾으면서 서로 금방 친해졌다. '귀찮게 창원, 전주 왔다갔다하지 말고 우리 집에 한 번씩 놀러 온나'는 이야기를 건넬 정도로 가까워지고 나서 돌아보니 어느새 결혼을 했더라. 만난 지 6개월도 안 된, 2014년 10월이었는데 이런 게 인연이 아닌가 싶다."

-야구라는 공통점, 어떨 때 가장 좋나?

"싸울 일이 거의 없다. 간혹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야구를 같이 보며 응원하다 보면 어느새 다 잊는다. 2015년부터 올해까지 1루 쪽 133구역 시즌권을 끊고 매일같이 야구장을 찾았다. 아이들도 야구장에서 거의 키우다시피 했다. 아내는 만삭 때도 야구장을 찾았고 내년 5살이 되는 큰아이는 벌써 NC 응원가를 다 꿰고 있다. 가족끼리 공유한 추억도 많다. 아내가 이호준 코치 광팬인데, 이 코치가 그런 아내를 알아보고 '전주에서 창원까지 와 결혼하고 정착한 팬'이라며 감싸주더라. 올해 타운 홀 미팅 때는 '이제는 아기도 많이 컸다'며 인사를 건네기도 하고. 부부 간 내뱉는 투정(?)에도 야구가 빠지지 않는다. 내가 '계속 그러면 LG로 다시 간다'며 운을 떼면 '그랬다간 집에 들어올 생각 하지 마라'는 아내 경고가 돌아오는 식이다. 소소한 재미다."

-NC에서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있다면?

"개인적으로도 친분이 있는 권희동 선수를 특히 응원한다.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로 열심히 운동하는 모습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돋보이는 친구다. 자연히 지향하는 경기 스타일도 투수전보다는 타격전이다. 적당히 점수가 나야 응원할 맛이 나더라. 야구장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소리 지르며 열정적으로 응원한다. 방송 화면에도 몇 차례 잡히기도 했다. 물론 아이가 한 명 더 늘어난 요즘은 야구장을 가더라도 아내는 경기를 보고 나는 애를 봐야 하는 처지지만."

-올해 NC, 참 다사다난했다. 팬이 보기엔 어떤가?

"물론 속상한 일이 많았지만 팬 위치에서는 믿고 기다려주는 게 도리가 아닐까 싶다. 기다리고 있으면 제자리로 돌아오리라 믿는다. 성적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사람이 늘 1등만 하라는 법은 없지 않나. 못한다고 욕을 하기보단 더 다독거려 줘야 선수도 힘이 나고 보는 팬도 더 즐거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내년에도 NC를 묵묵히 응원하려 한다. 특히 이동욱 신임 감독 같은 경우 NC가 창단할 때부터 함께했던 분이 아닌가. 그 경험에 데이터 야구를 접목시킨다고 하니 기대를 걸어 볼만하다. 단, 모두가 함께 다시 끈끈한 야구만큼은 했으면 한다. 지고 있더라도 그대로 지는 게 아닌, 언제든 역전할 수 있는 야구 말이다."

-그 외 NC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새 야구장에는 팬을 위한 편의시설이 많다고 들었다. 특히 매일 유모차를 들고 창원 마산야구장 계단을 오르내려야 했던 부모 위치에서는 에스컬레이터 설치 소식이 정말 반갑다. 이런 편의시설과 지금의 가족 친화적인 야구장 분위기가 좋은 시너지 효과를 냈으면 한다. 선수들이 야구장을 더욱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선수 전용 지하주차장도 있다고 들었다. 다만 앞으로 경기 전후 가까이서 선수들을 볼 기회가 없어지진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선수들도 피곤하겠지만 한 달에 한 번씩이라도 팬과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됐으면 한다. 퇴근 하이파이브 행사나 사인회도 좋다. 지금껏 그랬던 팬과 함께하는 야구를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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