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플랫폼 통한 무료 구독자 대다수
뉴스 생산자 광고·후원 목매는 악순환

경제부 기업·산업 담당 기자로 3년 4개월, 기자로서 만 17년이 눈앞이다. 아주 가끔 일부 지역 기업인으로부터 '밥은 먹고사냐'는 물음을 받곤 했다. 거기에서 생략한 말은 '(돈벌이 안 되는 지역일간지 기자 하면서)'였다.

만약 내가 연차가 짧았다면 뒤도 안 보고 한바탕 말다툼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들은 지역신문사의 잠재적 광고주 혹은 행사 후원자이기 때문이다.

올해 지방선거에서 김경수 도지사와 허성무 창원시장 등 적지 않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들이 경남에서 당선됐다.

한 경제인단체 간부는 "민주당으로 정권이 바뀌었고, 민주당 소속 도지사에다 여러 기초자치단체장까지 됐으니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경남도민일보> 살림살이가 좀 나아졌겠네"라고 했다. 우호적인 예산 밀어주기가 있지 않느냐는 뜻이 담긴 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민주당 소속 단체장이 있는 자치단체도 경남도민일보사에 딱히 호의적이지는 않다는 얘기를 직간접적으로 듣곤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 능력 치는 보통 '임금'으로 결정되는데, 월급날 종종 '내 능력 치가 겨우 이 정도인가'라며 씁쓸함을 삼키기도 한다.

이런 질문도 해본다. 지역일간지의 경제적 어려움이 과연 종사자들이 열심히 일하지 않아서, 혹은 좋은 기사를 쓰지 않아서만일까? 대중은 기자들을 종종 '기레기'라고 한다.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그런 말 들어도 쌀 만한 보도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 신문 시장 상황은 좀 냉정하게 봤으면 한다.

조·중·동이 광고 선점을 위해 시작한 '신문가격 동결'이 20년째를 넘겼다. 한 상품이 20년 넘게 매출 원가보다 훨씬 싼 매우 비정상적인 시장 상황이다.

미국 미디어재벌 루퍼트 머독은 "뉴스 생산에는 돈이 많이 들어간다"고 했다. 적잖은 취재 비용이 들고, 장비 지급에다가 종사자 임금도 줘야 한다. 그런데 한국 뉴스 유통은 어떤가? 뉴스 유통의 80% 이상을 인터넷·모바일로 하는데, 대다수 매체에는 수익이 안 생긴다. 네이버 등 시장지배적 '뉴스플랫폼'은 대다수 뉴스 생산자에게 비용 지불 없이 뉴스 검색을 이용해 자사 광고와 사업 확대 발판으로 삼는다. 절대다수 뉴스생산자에게 사실상 '디지털 저작권'이 없다.

인터넷·모바일로 뉴스를 보는 이들은 시장 관점에서 과연 '소비자'일까? 소비자보다 '무료 구독자'에 가깝다. 그럼, 뉴스 유통의 80% 이상에서 매출이 없는 뉴스 생산자는 뭘 먹고살까? 결국, 광고와 각종 행사 후원에 목을 맨다. 그 매체가 '진보적 성향이냐, 아니냐'와는 확연히 다른 문제다. 비아냥을 아무리 해도 이 기괴한 뉴스 시장이 정상화하지 않으면 갈수록 질적·양적으로 '값싼' 뉴스 홍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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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주주의는 감시·견제가 갈수록 약화하는 뉴스 생산 환경에서 더 발전할까? 감히 말하건대, 한국 민주주의 발전은 '딱 여기까지'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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