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파리의 빵집에는 ( ? )이 있다
공존-이웃 가게와 자연에 대해
개성-집집마다 다른 스프레드
재료의 맛-첨가물 줄이기

창원시 진해구 빵집 '아크' 이상기 대표가 최근 유럽을 다녀왔습니다. 프랑스 파리를 시작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 이탈리아 볼로냐, 다시 프랑스 샤흐트휴스를 거치는 일정이었습니다.

아크는 지역에서 꽤 알려진 빵집입니다. 유럽식 천연효모빵을 내는 몇 없는 곳입니다. 그런 이 대표가 본고장을 다녀왔다니, 관심이 가기 마련입니다.

지난달 28일 오후 진해 문화공간 모퉁이에 몇몇 사람이 모여 이 대표 빵 여행기를 듣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가 전한 여행기를 토막 내 사견을 붙여 정리해봤습니다. 아래 소개하는 내용은 프랑스 이야기가 중심입니다.

"프랑스에서 간판에 불랑제리(Boulangerie)가 있으면 빵을 파는 곳, 파티셰리(Patisserie)가 있으면 케이크를 파는 곳입니다. 간판을 보면 직접 손으로 빵을 만드는 곳인지, 납품을 받는 곳인지도 알 수 있지요. 불랑제리가 쓰여있으면 직접 만드는 곳입니다. 빵 이름도 어떤 빵인지 쉬이 알 수 있게 부릅니다."

▲ 빵집 아크 이상기 대표가 유럽 여행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을 하고 있다. /최환석 기자

간판만 봐도, 빵 이름만 봐도 어떤 곳인지, 어떤 빵인지 알 수 있다면 참 편리하겠다 싶습니다.

"파리에는 군데군데 빵집이 있습니다. 이렇게 빵집이 많은데, 다들 어떻게 돈을 벌까 싶었습니다. 프랑스는 주 5일 근무를 하는데, 가게마다 쉬는 날이 다 다릅니다. 서로 경쟁하면서도 배려하는 셈이지요. 소비자는 매일 빵을 살 수 있고요."

프랑스 노동 환경과 관련한 이야기네요. 협의와 공감대를 조성하는 방식도 눈길을 끕니다.

"가게마다 비닐봉지를 잘 안 쓰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빵집에서는 각각 빵을 종이에 싸서 주더라고요. 저도 가게를 운영하면서 종이에 담아 팔아봤지만 쉽지는 않았습니다."

한국도 최근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데 집중하는 모양새입니다. 다만, 인식 자체에 큰 변화가 없다면 지속하기 어렵겠죠.

"한국에 집 된장이 있는 것처럼, 프랑스는 집집이 잼이 달랐습니다. 빵을 먹을 때 곁들이는 스프레드 제품도 다양하게 판매하더라고요."

주식이 빵이기에, 빵을 즐기는 방법도 다양한 듯합니다. 집집이 잼 맛이 다른 점도 인상적이네요.

"한식은 재료 손질할 때 오래 걸리고 버리는 것도 많죠. 이에 비해 프랑스는 단순하고 버리는 것도 별로 없습니다. 각자 장단이 있죠. 간편하게 먹으려면 프랑스 방식이 좋겠고요. 음식물 쓰레기를 따로 버리지 않고, 남기는 것도 별로 없습니다. 조금 남은 음식물은 변기통에 버리더라고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방식도 눈여겨볼 점입니다. 요리할 때 최대한 재료를 다 쓰고, 쓸 만큼만 다루면 좋겠네요.

"프랑스에서는 식사용 빵에 설탕을 넣지 않습니다. 빵에 쓰인 재료 본연의 단맛을 즐기죠. 쌀도 단맛이 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재료 본연의 맛을 강조하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한국도 점점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데 집중하는 모양새입니다. 이런 풍토가 넓게 자리하면 좋겠네요.

"일반 편의점에서도 빵을 팝니다. 언제든지 공급이 잘되더라고요. 대신 노동력이 들어간 제품은 비쌉니다. 크루아상(초승달 모양 빵)은 아주 쌉니다. 대부분 불랑제리에 가면 크루아상을 직접 만들지 않더라고요. 남는 것이 없는 까닭입니다."

노동력이 제품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로 크게 작용하는 듯합니다. 노동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이야기입니다.

"한국에서는 유기농 제품이 비싸지만 유럽은 크게 비싸지 않습니다. 유난히 유기농을 찾는 분위기도 아니고요. 프랑스 등 유럽 국가는 검사를 거쳐 유기농 인증을 받아야 유기농 제품이라고 표시하고 팔 수 있습니다."

유난히 유기농을 찾지 않는 까닭은, 나머지 음식재료도 충분히 믿을 만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있어서일까요? 한국의 사정을 돌아보게 됩니다.

다음은 이날 참가자와 이 대표가 나눈 문답입니다.

- 유럽에서 즐겨 먹는 빵은?

"파리에서는 바게트를 많이 먹습니다. 오후 3시에 가게를 찾아도 빵이 없더라고요. 우리가 김치를 구입하는 것처럼 소비하더라고요. 간식으로는 버터 든 빵을 먹습니다. 파리를 벗어나 지역으로 가면 바게트보다는 큰 덩어리 빵 위주로 소비하는 형태였습니다."

- 한국 빵은 첨가물이 많아 먹기가 겁난다. 그럴 수밖에 없는 배경이 있을까.

"일제 강점기 일본 문화가 많이 들어왔죠. 팥빵이 그 예입니다. 갑자기 유럽식 딱딱한 빵을 먹으면 당연히 거부감이 들겠죠. 빵집은 많이 팔아야 이윤을 남깁니다. 소비자가 찾을 자극적인 맛을 다룰 수밖에 없죠."

- 한국인은 쌀이 주식이다. 그러나 분명히 밀가루가 몸에 맞는 체질도 있을 것. 빵 다루는 이들이 한국인 체질 연구해서 잘 맞는 빵을 개발하면 먹을거리 풍성해지지 않을까?

"지금도 충분히 만들 수는 있습니다. 빵을 먹으면 살찐다는 오해가 있는데요. 탄수화물은 소비하지 못하면 지방이 됩니다. 현대인 생활 방식이 정적이고, 활동 범위도 좁죠. 살이 찔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자극적인 음식을 계속 먹으면서도 열량을 소비하지 못하니 체중이 느는 거죠. 어떤 음식을 먹어서 살이 찐다는 생각보다는 몸을 많이 움직여야겠습니다. 빵도 발효에 따라 소화 잘되는 게 있습니다. 다만, 그렇게 고려해서 빵을 만드는 곳이 그리 많지 않죠."

- 천연효모빵 다루는 곳 있지만 경쟁에서 밀려 사라지기도.

"유기농은 비싸다는 인식 때문에 많이 소비하지 않죠. 판매자와 소비자가 마음이 잘 맞으면 소비가 원활할 텐데, 그런 점에서 안타까운 점이 많습니다. 소신껏 가게를 운영하려 해도 잘 못 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비자는 단순히 가격이 싸다고 구매하는 것은 지양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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