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째 반복 입시 후 교실 붕괴
대입 위주 공교육 시스템 바뀌어야

1982년 12월 학력고사를 치른 친구들은 수업 시간 내내 교실에서 빈둥거리며 장난을 치고 놀았다. 장난조차도 지겨울 정도로. 선생님은 조례 때 잠깐 모습을 보이고 종일 자습하란 이야기만 남긴 채 교실을 나갔다.

국·영·수 과목 선생님들은 교실 등장인물에서 빠지기 일쑤였다. 어떤 때엔 점심때까지 지겨운 자유를 만끽해야만 했다. 뒤에서 떠들고 노는 애들이 거슬려 오히려 선생님이 나타나 주길 바라기도 했다. 방학 때까지 2주 정도를 그야말로 혼돈 속에서 아무것도 못했다.

하고 싶은 것도 못했고 그렇다고 자유를 누리지도 못했다. 36년 전 그랬다는 얘기다.

"고3 교실에서 학생이 돗자리를 깔고 누워 자도, 수업 시간 중 가방을 들고 나가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교과목 교사는 매 교시 들어와 출석체크만 하고 나가거나, 수업 종료 5분 전에 들어와 출석체크를 한다(…)조회시간 담임 눈도장만 찍고 나가거나 아예 학교로 오지 않는 애들이 절반이다." 2018년 11월 수능을 치른 고3 교실 풍경이다. <경남도민일보> 11월 29일에 보도했다.

36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다지 달라 보이지 않는다. 얼마나 훌륭한 미풍양속이기에 이렇게 전승이 잘 되고 있단 말인가.

대체 이유를 알 수 없다. 교육 당국은 수십 년을 대입 시험 후 고3 교실의 파행 운영에 대해 고민을 했고 대책을 세워 왔다. 이 말이 의미하는 건 수십 년 동안 교육 당국이 대책이라고 세워 왔던 것들이 대입 시험 마친 고3에게 씨알도 안 먹혔다는 방증이다.

요즘 교육부, 교육청, 학교가 내놓은 고3 교실 관련 대책을 보면 눈에 띄는 게 많다. 어른의 눈으로 봤을 때. '창의적 체험 활동'이라는 명분으로 영화관람, 전통문화 체험, 교양특강, 사제 간 산상 대화, 뮤지컬 관람, 동아리 통한 발표 활동, 과학관 체험…. 이런 커리큘럼 따라 하나씩 다 해보기만 해도 한 달 금방 갈 것 같다.

그런데 고3 아이들에겐 이것조차 싫고 귀찮음의 대상이다. 대체 왜 그럴까? 의무화한 출석, 안 해도 되는 공부, 방종과 다를 바 없는 자유마저도 출석이라는 구속의 틀 속에 있다 보니 누릴 수 있는 자유마저 갑갑할 뿐이다. 수년 동안 수능에만 매달렸기 때문이다. 마라톤 선수가 42.195㎞를 달린 후 바로 쓰러져버리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현상이다. 얼마든지 더 달릴 수 있음에도.

목표지점을 달리 두어야 한다. <경남도민일보>에 그 이튿날 실린 태봉고 사례는 어쩌면 진학반 선생님들한텐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비현실적 현상으로 비칠지 모른다. 대안학교 태봉고 학생들은 '국가적 큰 행사' 수능을 그저 마라톤 반환점 정도의 과정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들에겐 목적지가 더 멀리 있기에 고3 교실에 혼돈이 끼어들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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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교육 당국이 대오각성하고 배워야 할 지점이다. 하긴 이 이야기를 수십 년 후에 또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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