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발열유리 상용화…일상을 따뜻하게 안전하게
신소재 탄소나노튜브 활용해
과열 위험·노후화 걱정 없어
버스 정류장 의자 등 '각광'

매서운 추위가 옷깃을 파고드는 겨울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이들에게 야속한 계절이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기운이 밀려오는 요즘에는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의자에 잠시 앉아 기다리는 것도 망설여진다. 밤새 차갑게 식은 의자에 몸을 맡기는 대신 잔뜩 움츠리고 버스가 오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그저 추위를 견뎌내야 하는 승객들의 몸을 잠시나마 녹이는 것이 있다. 전기히터도 전기스토브도 아니다. 버스를 기다리며 앉는 의자다. 유리에 나노융합기술을 접목한 이른바 '나노 탄소 면상 발열의자'로 겨울철에는 따뜻한 기운을, 여름철에는 시원함을 품고 시민들에게 휴식과 편의를 제공한다.

▲ 김해시가 지난해 12월 전국 최초로 설치한 시내버스 정류장 발열의자. /경남도민일보 DB

함안에 있는 넥스트원·뷰가 탄소나노튜브(CNT·carbon nano tube)를 활용해 개발한 신개념 면상발열체는 최근 국내외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옥외용 벤치는 겨울철 더할 나위 없는 공공 난방시설로 각광받으며 지자체와 시민의 호응을 얻고 있다.

◇세계최초 대면적 면상발열체 개발 = 탄소나노튜브는 그동안 세계적 대기업을 중심으로 연구개발이 이뤄졌다. 인류를 바꿀 10대 물질에 포함돼 있지만 '정복하기 어려운 10대 물질'로도 분류될 정도로 연구·개발이 어려운 신소재다.

넥스트원·뷰는 첨단 물질인 탄소나노튜브를 활용해 '대면적 면상발열체'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성과를 거뒀다. 두 장의 강화유리 내부에 잉크 형태의 탄소나노튜브를 코팅해 최소 전력으로 열을 내는 방식이다.

넥스트원·뷰가 개발한 신개념 면상발열체 제품으로는 '나노탄소 면상 발열의자'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기존 발열의자는 전기장판처럼 전기선을 넣는 열선방식으로 선이 지나는 곳만 따뜻해지는 '부분적 발열'이 단점으로 거론됐다. 가장 큰 문제점은 단선, 단락, 화재 위험도가 높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신개념 면상 발열의자는 열전도율이 높은 탄소나노 소재를 이용해 면 전체가 골고루 빨리 따뜻해지는 장점을 자랑한다. 열선을 사용하는 발열제품과 달리 과열과 단선, 누전 등의 염려가 없어 관리도 수월하다. 이중으로 된 강화유리를 통해 안정성을 높였고, 노후화나 훼손의 염려도 없다. 온도도 60도까지 조절할 수 있다.

▲ 신개념 면상 발열체는 열선을 사용하는 발열제품과 달리 과열과 단선, 누전 등의 염려가 없다. 이 기술을 적용해 침대, 보료, 소파, 매트, 창호, 옥외용 벤치, 버스정류장 의자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사진은 나노 융합 면상발열체 펫하우스. /문정민 기자

특히 일반 발열제품의 20% 정도의 전력만 소비해 전기료가 크게 절감되며, 친환경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해 전자파 우려도 낮다.

그뿐만 아니라 유리 사이에 디자인까지 인쇄할 수 있어 소비자가 원하는 이미지에 맞춰 제작할 수 있으며, 이를 활용한 광고도 가능하다.

넥스트원·뷰는 나노융합 면상발열체와 이를 이용한 의자 등으로 관련 기술특허만 10여 건을 확보했다.

현재 개발된 신개념 면상발열체 제품으로 시장에 본격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옥외용 벤치를 비롯해 침대, 보료, 좌식용 방석, 요람, 평상, 책상, 의자, 창호 등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 신개념 면상 발열체는 열선을 사용하는 발열제품과 달리 과열과 단손, 누전 등의 염려가 없다. 이 기술을 적용해 침대, 보료, 소파, 매트, 창호, 옥외용 벤치, 버스정류장 의자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사진은 나노 융합 면상발열체 아기 침대. /문정민 기자

◇국내 넘어 세계로 = 겨울철 따뜻한 면상 발열의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추위 약자에게 큰 도움이 아닐 수 없다. 승객의 편의 증진을 위해 지자체 관심은 발열의자로 쏠렸다.

지난해 12월 김해시는 전국 최초로 나노탄소를 이용한 '면상 발열의자'를 버스승강장에 설치했다. 시는 대중교통 이용률이 높은 금강병원과 김해시청 정류소에 '나노탄소 면상 발열의자'를 설치해 시범운영에 나섰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이 승객의 몸을 잠시나마 녹인 발열의자의 반응은 뜨거웠다.

김해시에 이어 창원시, 사천시, 의령군, 함안군, 거창군, 남해군 등이 뒤따라 면상 발열의자 설치에 나섰고, 서울 서초·송파구, 부산 남·북구, 충북 진천군, 충남 당진시·홍성군 등 전국 20여 개 지자체에서 현재 설치·운용 중이다.

관내에 나노 융합 혁신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뿌리를 내리는 만큼 함안군도 넥스트원·뷰의 가치에 집중했다. 지난달 9일 군은 넥스트원·뷰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첨단나노산업 활성화와 지역산업 발전을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국외에서도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9월 본사에서 미국 텍사스의 건축외장재 제조·유통전문업체인 탐린(TAMLYN)과 양해각서를 체결해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앞으로 5년간 500억 원 규모의 나노융합 발열 창호·건축 외장재를 미국 건축시장에 선보인다.

미국 외에도 일본과 중국, 유럽 기업에서 표본요청이 잇따르고 있으며, 탄소나노튜브 소재와 관련해 공동개발과 공급계약 협의를 타진하는 국외 선진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렇듯 지역 중소기업이 세계적인 수준의 나노기술을 보유한 혁신기술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고인선 넥스트원·뷰 대표의 역할이 컸다. 고 대표는 산업용 차량 특수유리, 중장비 유리 등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대광특수유리공업을 인수해 2015년부터 넥스트원·뷰를 이끌고 있다. 아낌없는 연구개발 투자와 끊임없는 시도로 나노융합 제품을 탄생시켰다. 그 배경에는 '생각의 전환'이 자리 잡고 있다.

고 대표는 "유리라고 하면 으레 떠올리는 딱딱하고 고정화된 이미지를 깨고 싶었다. 다른 시각에서 봤을 때 바뀌는 게 많다. 생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다양하게 시도했다"며 "발열체를 응용한 제품은 건식 찜질방과 좌식용 매트에서부터 자동차와 고속열차, 중장비 발열 창문 등 기존 산업분야에 접목할 수 있어 활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앞으로 더 친숙하고 진보된 생활을 이끌 수 있는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이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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