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장 활보하며 답례금 '꿀꺽'
식권 받아 재교환하는 수법 등…창원 예식장 9곳 혼주 21명 피해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결혼식장에 나타나 답례금을 챙긴 '가짜 하객'이 무더기로 붙잡혔다.

3일 경남지방경찰청은 결혼식 하객을 가장해 답례금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 혐의)로 11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11명 중 4명을 구속했다. 또 7명을 입건하고 이 중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범행은 시인하지만, 조직적으로 벌인 일은 아니라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이들 사기 건과 관련해 창원지역 예식장 9곳에서 혼주 21명이 피해를 봤다고 했다. 확인된 금액만 430여만 원이고, 실제 피해자 수와 피해 금액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지난달 중순 '가짜 하객'이 답례금을 받아간다는 신고와 첩보를 받아, 지난달 24일 결혼식장에서 ㄱ(60) 씨 등 남성 4명을 검거했다. 50∼60대인 이들은 지난달 10일부터 24일 사이 창원지역 결혼식장에서 혼잡한 틈을 타, 1만 원권 지폐가 든 답례금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답례금 사기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이들이 결혼식장에서 '안 받았다'며 답례금을 요구하거나, '일행이 있으니 식권을 더 달라'고 해서 이를 다시 답례금으로 바꾸는 수법으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고 설명했다. 빈 봉투를 건네면, 이를 수상히 여겨 신고할 수도 있어 아예 봉투를 내지 않고, 답례금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예식장에서는 4명이 돌아가며 답례금을 받으려고 혼주에게 10여 차례 다녀가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 이들 중 1명은 구속됐다.

경찰은 4개 예식장에서 4명을 검거한 직후, 조직범죄 가능성을 열어두고 전담팀을 꾸려 기획수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주말인 지난 1∼2일 창원지역 결혼식장 6곳에서 하객인 척하며 답례금을 받아간 6명(남성 5명, 여성 1명)을 현장에서 붙잡았다. 이번 기획수사에 도내 예식장과 호텔 등 결혼식장 90곳에 형사 250여 명이 잠복했다.

이번에 붙잡힌 50∼70대들은 주거지가 부산, 대구 등인데 창원지역 결혼식장까지 원정을 와서 답례금을 적게는 2만 원에서 많게는 40여만 원까지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한 70대는 지난 1일 축의금 봉투를 훔친 혐의로 부산 한 결혼식장에서 검거됐다. 70대는 지난달 25일 창원지역 결혼식장에서 100만 원 수표가 든 축의금 봉투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CCTV 등을 통해 인적사항을 확인해 추적하다 결혼식장에서 범행을 벌이던 그를 붙잡았다.

경찰은 "범인들이 결혼식은 길일이어서 문제가 생겨도 크게 문제 삼지 않고, 혼잡한 틈을 타 잘 발각되지 않는 점을 노렸다. 범죄단체 가능성에 대해서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검거되지 않은 범인도 쫓고 있다. 답례금을 여러 차례 받아가며 미심쩍은 부분이 있으면 경찰에 신고해달라. 앞으로도 계속해서 단속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