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대리석·주방서 측정
입주민 문의·반발 잇따라
집값 연결보다 공론화 필요

창원시 의창구 한 대단지 아파트 여러 가구에서 방사능 물질인 라돈이 허용치를 초과하는 것으로 측정됐다.

경남한살림 환경위원회는 최근 창원의 아파트 단지에 대해 라돈 측정을 했고,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한 가정 화장실 대리석에서 19.4pci(피코큐리)가 측정돼 기준치 3배를 넘겼고, 또 다른 가정에서도 기준치 2배 이상 pci가 검출됐다. 1pci는 37㏃(베크렐)로 실내공기 질 관리법 공동주택 권고기준은 200㏃(5.4pci)/㎥다.

▲ 경남한살림 환경위원회가 창원 한 아파트 단지에서 측정한 라돈 검출값. /경남한살림

부동산 거래 인터넷 사이트 등에는 이 아파트에서 라돈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지난달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아파트 주민들은 인근 부동산중개사무소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한편, 화강암이 쓰인 건축 내장재 등을 바꿔달라는 문의도 하고 있다.

라돈은 1급 발암물질로 호흡을 통해 유입되면 폐암을 유발한다. 최근 침대 등 생활용품에서 라돈이 검출돼 논란이 일면서 전량 수거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최근 전국 여러 아파트에서도 기준치를 넘는 라돈이 측정돼 입주민들이 반발하는 곳도 생기고 있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은 라돈의 평균 농도가 ㎥당 100㏃ 증가하면 폐암 발병률이 약 16%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또, 건축 내장재 같은 인공물에서 나오는 라돈은 자연 방출 때보다 인체에 더 해롭다는 견해를 밝혔다.

다른 한편에서는 라돈 반감기(방사능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가 짧아 신체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며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한다. 라돈 반감기는 3.8일로 짧아 폐에서 혈액으로 유입되기 전 방사능이 사라질 확률이 높아 비교적 피해가 덜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반감기가 있더라도 신체에 주는 영향은 분명하고 발암확률을 높인다고 지적하며 라돈 검출을 공론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는 짧은 반감기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김 교수는 "매일 라돈이 누출되는 집에서 지냈다면 그만큼 방사능이 누적된 것이다. 반감기는 이미 피폭량에 계산이 돼 있는 것으로 라돈이 지닌 고유 에너지양과 호흡량을 곱하면 피폭의 효과값이 나온다"며 "반감기가 짧아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은 완벽히 틀린 이야기"라고 했다.

▲ 지난달 서울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가 방사선 라돈이 나오는 제품을 모아 측정 시연을 하며 라돈 검출 제품 제조사와 제품명을 공개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왼쪽 아래 사진). 10월 충남 천안 대진침대 본사에서 이뤄진 라돈 매트리스 해체작업(왼쪽 위 사진). 당진시민들은 9월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당진항 고철야적장 라돈 매트리스 반출을 요구했다. /연합뉴스

김혜정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운영위원장은 "아파트에서 라돈이 검출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자들에게 미친다. 환기를 통해 피폭량을 줄인다 해도 요즘 같은 계절에 계속 환기를 할 수도 없다. 라돈이 많이 검출되는 곳은 밀폐된 화장실이나 주방이라 피폭을 줄이기도 쉽지 않다"며 "아파트 라돈 검출 문제를 집값 문제로 연결짓기보다는 빠른 문제 해결을 위한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라돈이 측정된 창원지역 아파트 주민도 "측정은 하지 않았지만 라돈 이야기는 여러 차례 들었다. 고등학생과 유치원생 자녀가 있는데 건강에 해를 끼칠까 걱정되면서도 공론화되면 집값이 내려갈까 쉬쉬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지난 2016년 12월 개정된 '실내 공기 질 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실내 공기 질 측정 대상에 라돈이 포함됐지만 신축 건물에 라돈 측정 의무가 부과된 것은 올해 1월 1일 이후 사업계획을 제출한 건물부터 대상에 포함된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입주를 시작해 라돈 측정 규정 적용이 안 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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