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무마취 미용?

고양이 털을 깎는데 원래 마취를 한다. 고양이는 경계심이 강한 동물이다. 새로운 환경, 낯선 사람에게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맨정신인 고양이 털을 깎는 게 결코 만만치 않다. 성깔 있는 고양이에게 할퀴여가며 무마취 고양이 미용실 '포 캣'을 운영하는 김치운(37)·박경심(39) 부부가 특별한 이유다. 이들이 운영하는 고양이 미용실은 창원시 마산합포구 상남동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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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치운·박경심 부부. /손유진 기자

고양이가 만들어 준 새 직업

부부는 몇 년 전만 해도 반려동물 관련 일을 할 줄 몰랐다. 남편 치운 씨는 건설 관련 일을 했고 아내 경심 씨는 전업주부였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고 마당에 개만 한 마리 키웠다. 3년 전, 길고양이에게 가끔 먹이를 조금씩 주던 치운 씨는 길에서 버려진 아기 고양이를 데려가는 여고생들을 본다. 딱 봐도 학생들이 고양이를 책임질 수 있어 보이지 않았다. 학생들에게 "키울 자신이 없으면 내가 키울 테니 나에게 고양이를 맡겨라"고 말했다. 이렇게 고양이와 첫 인연을 맺게 된다.

처음으로 동물을 집 안에 들여놓으니 집안 곳곳에 고양이 털이 빠지고 날렸다. 그걸 못 보던 아내 경심 씨는 미용실을 하는 친구에게 고양이 털을 좀 깎아달라고 부탁했다. 이후 중성화 수술을 하려고 찾아간 동물병원에서 고양이 미용은 무조건 마취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마취한 채 미용을 하다 보면 고양이가 죽는 사고가 생기기도 한다. 경심 씨는 자신이 깎기로 했다.

학원 몇 군데에서 강아지 미용을 먼저 배우고 나서 집에 있는 고양이 털을 깎으며 무마취 미용을 익혔다. 이 사업을 시작할 당시 전국적으로 무마취 고양이 미용실이 몇 곳 없었고 창원에서는 여기 한 곳뿐이라 금세 입소문이 났다.

 

무마취 미용

무마취 미용은 치운 씨가 고양이를 붙잡고 경심 씨가 털을 깎는다. 개보다 성격이 예민한 고양이는 미용을 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물거나 할퀸다. 치운 씨 팔에도 물리고 할퀸 흉터가 가득하다.

"제가 그렇게 인상이 좋은 편이 아니라 팔에 상처가 많이 나 있으니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보더라구요. 그래서 어딜 갈 때면 고양이 그림이 있는 티셔츠를 입고 가요. 그러면 사람들이 고양이 집사임을 알아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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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를 미용할 때 남편 치운씨가 고양이를 잡고 아내 경심씨가 미용을 한다. /손유진 기자

고양이가 물고 할퀼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는데 무마취 미용은 과연 괜찮을까?

"마취 미용과 무마취 미용 둘 중에 뭐가 딱히 좋은지는 말씀드리기 힘들어요. 무마취 미용을 하면 애들이 스트레스를 받죠. 하지만 마취를 해도 약물에서 깰 때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으니 그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고양이는 말을 못 하니까 둘 중에 뭐가 나은지 물어 보지는 못하지만 미용할 때 되도록 스트레스를 안 받게 신경을 많이 써요. 그래서 미용할 때 보호자가 함께 계시도록 해요. 그나마 자기 집사가 있으면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덜 받죠."

 

기억에 남는 고양이들

가게를 둘러보니 미용실 한쪽에는 예약 손님들로 가득 차 있다. 겨울은 날이 추워 비수기지만 여름에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스케줄 판에 비는 시간이 없었다. 가장 멀리서 온 손님은 서울에 사는데 언니 집이 창원이라 오는 김에 두세 번 정도 왔다고 한다. 합천, 진주 등 경남 곳곳에서 오는 손님도 많다.

치운 씨와 경심 씨가 기억나는 고양이들이 있다. 아내와 아이의 성화에 못 이겨 유기된 고양이를 기르기로 한 어떤 아저씨가 고양이가 무서워 A4용지 박스에 조그만 숨구멍만 내고 테이프로 꽁꽁 감아 목욕을 시키러 왔었다. 갑갑했는지 그 작은 구멍 사이로 머리만 빼꼼 내밀고 온 모습이 너무 귀여웠단다. 지금은 그렇게 겁내던 아저씨가 집안의 고양이 미용 담당이라 자주 들리신다고.

또 한쪽 다리가 없는 고양이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장애가 있는 고양이다 보니 병원에서 주사조차 놓기 힘들 정도로 아주 예민하게 굴었다고 한다. 주인조차 어떻게 하기가 힘들었는데 미용실에 와서 얌전하게 발톱도 깎고 미용까지 다 하고 가니 주인이 아주 신기해했다고 한다.

보람을 느꼈던 고양이는 몇 달 못 살 거라는 판정을 받은 고양이를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미용을 해줬는데 2년이 넘은 지금까지 꾸준하게 찾아와 주고 있단다. 치운와 경심씨는 앞으로도 계속 건강한 모습으로 찾아주길 바랐다.


길고양이와 유기묘

고양이 관련 일을 하는 만큼 고양이에 대한 사랑도 각별하다. 현재 가게에 두 마리를 키우고 집에도 네 마리를 키운다. 가게 뒤편 골목 박스 집에 들락거리는 길고양이도 20여 마리다. 혹시 시끄럽게 굴어 동네 주민들이 불편해하지는 않을까?

"어르신들이 많은 동네라서 그런지 그렇게 고양이를 싫어하지는 않으세요. 또 여기 길고양이들은 시에서 하는 중성화 수술을 계속하고 있어서 그렇게 시끄럽게 울지는 않아요. 밖에 있는 녀석들 중 80% 정도는 다들 중성화 수술을 받았어요."

자연스럽게 유기묘 이야기도 나왔다. 길에서 다친 고양이를 보면 어떻게 해야 할까? 책임지지도 못할 텐데 두고 가야 할까? 지운 씨와 경심 씨 생각을 들어봤다.

치운씨는 "창원에도 유기동물 보호소가 세 군데나 있습니다. 그런데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고양이는 받아 주지 않아요. 고양이는 유기묘와 길고양이를 구별하는 게 쉽지 않아요. 사람 손을 탄 길고양이들을 유기묘인 줄 알고 받으면 한도 끝도 없거든요. 정답이라 할 수 없지만 길고양이들은 아프지 않으면 그냥 살도록 두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요. 아프거나 다친 고양이는 치료를 하고 모금을 통해서 치료비를 충당한 후 입양을 보내거나 입양이 안 되면 건강해진 상태에서 원래 살던 데로 풀어 주는 그런 사람들도 봤습니다. 사람 손을 타버려 밖에서 못 산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키울만한 능력이나 환경이 안 되는데 억지로 키울 수는 없잖아요."라고 말했다. 잠시 생각하더니 또 다른 방법 한 가지를 제안했다.

"일단 먼저 치료를 한 다음, '카라'나 '케어'같은 세계적인 동물 보호 기구인 한국지부를 통해 치료비를 청구하면 치료비의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도 있으니 버려져 다친 고양이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들도 신경을 써 주시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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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 캣에서 기르는 고양이들. /손유진 기자

고양이를 통해 배운 베푸는 마음

동물이 좋아서 하는 일이라도 직업인만큼 수입이 궁금했다. 예전에 건설 관련 일을 했던 지운 씨가 먼저 말했다.

"지금은 예전보다 수입도 그렇고 시간도 그렇고 여유가 많이 생기기는 했지요. 그래도 그때는 혼자 일했고 지금은 둘이 일하니까."

"제가 힘들지요. 뭐. 털은 제가 다 깎으니까. 그래도 집에 가서는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집안일은 남편이 다 해요."

옆에서 경심 씨가 거든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겨서일까. 요즘 들어 작은 사회공헌 활동을 시작했다. 바깥에 있는 길고양이 20마리 사료 값도 만만찮게 들겠지만 길고양이를 보호하기 위한 캠페인도 시작했다. 길고양이를 보호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우산을 손수 제작해서 주위 어린이집 두 군데에 300개를 무료로 배포했다. 앞으로도 매달 100개 정도 더 배포할 생각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프로야구팀 NC 다이노스와 협력업체 제휴를 하면서 구단 측에서 받은 무료입장 티켓 100매를 돌려주면서 문화 소외계층 야구 관람에 써달라고 부탁했고 구단 측은 다문화가정 어린이 100명을 초대했다.

가게 입구에 '분양하지 말고 입양하세요'라고 크게 써 붙인 문구가 보인다. 주변이 죄다 애완동물 분양 가게인데 대놓고 분양을 하지 말자고 한다. 이 문구 때문인지 처음에는 주변에 있는 어떤 분양 가게 주인이 찾아와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고 했다. 부부는 동물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 길고양이를 못 챙기게 하는 게 이해할 수 없었고 조금 다투기도 했다.

 

점점 커지는 반려동물 시장

이야기를 나누던 중 벽 한쪽에 붙어있는 펫 택시 광고지가 보였다. 서울 쪽에서는 보편화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지역에서는 좀 낯설어 보였다. 최근 부쩍 늘고 있는 다양한 반려동물 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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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지말고 입양하세요'라고 돼 있는 가게 앞. /손유진 기자

"확실히 반려묘를 키우시는 분들이 많이 늘어난 것 같아요. 저희가 고양이 무마취 미용을 할 때만 해도 이 지역에 한 군데만 있을 정도로 생소한 사업이었는데 요즘 반려묘를 키우시는 분들이 무마취 미용에 관심을 보이니 애견 미용을 하시는 분들이 고양이 무마취 미용을 같이 많이 하시더라구요. 저기 광고지에 있는 펫 택시도 창원에 운행하는 업소가 세 군데 정도 되더라구요. 생각보다 많이 이용하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밀양 쪽에는 반려견을 풀어놓고 맘대로 뛰어놀 수 있게 만든 곳도 생겼다더군요. 공원을 가더라도 목줄을 해야 하니 거기서는 그냥 맘 놓고 풀어 주고 뛰어노는 거죠. 특성상 고양이는 개보다 자기영역에서만 있으려고만 하니 여행 때 맡길 수 있는 호텔은 힘들고요. 혼자서도 잘 노니까 대신 집에 방문해서 밥 챙겨주고 배변 치워주는 이런 아르바이트도 많이 생겼다고 해요. 요즘은 반려동물을 거의 가족처럼 챙기는 분위기니까 사료도 종류가 많아지고 고급화가 많이 되었어요. 간식에 영양식까지 수도 없이 많죠."

유망한 직종이 생기면 그쪽으로 사람이 많이 몰리기 마련이다. 마지막으로 부부는 늘어나는 고양이 무마취 미용사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덧붙였다.

"고양이 미용업이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3월부터 신고제에서 등록제로 바뀌었어요. 6개월 계도 기간이 지나서 10월부터는 아무나 털을 깎을 수 없어요. 인터넷으로 시험을 치고 위생 검사를 치른 다음에 등록증을 발급받아야 이 일을 할 수 있어요. 그리 어렵게 준비해야 할 수 있는 아니지만, 이 일을 하신다면 돈만 보고 안 했으면 좋겠어요.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했으면 좋겠어요. 돈으로 보고 하는 일부 사람들이 고양이가 가만히 안 있으니까 때리기도 한다더군요. 저희처럼 미용할 때 집사분을 같이 모시고 하는 방법도 좋은 방법 중 하나 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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