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영화에 책·그림까지 문화계는 이미 구독 시대
음악·영화 파일구매 옛말
월 정액 내고 무제한 감상
취향에 맞춰 전자책 배달
미술 작품까지 영역 확대

평범한 음반 한 장이 화두를 던졌다.

최근 '시티 팝'이라는 음악에 단단히 꽂혔다. 시티 팝은 1970~1980년대 경제 성장 시기, 일본에서 유행한 음악 기조를 일컫는다. 일상에 지쳤을 때 복잡한 음악은 귀에 잘 들지 않는다. 부담 없이 즐길 음악이 필요했던 순간, 도회적 이미지로 가득한 시티 팝이 구세주처럼 눈 앞에 나타났다.

우연히 시티 팝을 다루는 팟캐스트(개인 주문 방송. 인터넷에서 특정 콘텐츠를 구독하는 서비스)를 알게 됐다. 그러다 팟캐스트 운영자가 시티 팝 리믹스 음반을 판매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큰 고민 없이 곧바로 돈을 내고 음반을 주문했다. 며칠 지나 택배가 도착했다. 도시적 이미지를 한껏 쓴 음반 겉면을 마주하자 어서 CD에 담긴 음악이 듣고 싶었다.

그때, CD를 돌릴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어릴 때 쓰던 휴대용 CD 플레이어는 버린 지 오래였다. 고장 난 전축도 마찬가지였다. 연식이 오래된 자동차에 CD 플레이어가 있지만, 고작 음악 한 번 들으려고 공회전을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방을 둘러봤다. 소유하고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한때 공간을 차지했던 책, 음반 등을 말끔하게 정리했던 기억이 스쳤다. 가만히 앉아 내가 문화 콘텐츠를 어떻게 소비하는지 곰곰이 따져봤다.

#음악은 애플뮤직. 애플뮤직은 다국적 기업 애플에서 제공하는 유료 음악 스트리밍(인터넷 실시간 재생) 서비스다. 4500만 곡 이상을 서비스하며, 즐겨 듣는 음악은 내려받을 수도 있다. 비슷한 서비스로 멜론, 벅스뮤직, 네이버뮤직 등이 있다.

▲ /넷플릭스

#영상 콘텐츠는 넷플릭스·IPTV·유튜브. 넷플릭스는 유료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다. 자체 제작 콘텐츠를 핵심으로 내세운다. 비슷한 서비스로 왓챠플레이 등이 있다. IPTV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유료 서비스한다. 유튜브는 구글이 운영하는 동영상 공유 서비스다. 무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유료 서비스도 있다.

이 밖에 그림 구독 서비스와 최근 이용해볼까 고민하는 전자책 구독 서비스까지. 매달 여러 회사에 돈을 내거나 내려고 하지만, 실제로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다.

마침 화두를 던진 CD를 판매한 팟캐스트도 구독 서비스다. 유료는 아니지만, 음반을 사면서 팟캐스트 청취에 비용을 낸 셈이다.

소유에 익숙했던 기자도 최근 5년 사이 구독 경제에 빠졌다. 하지만, 구독을 완벽하게 체화하지 못해 예전처럼 소유를 시도했다가 낭패를 본 것이다.

최근 서울 서대문구 KT아현국사 화재로 온라인에서는 자신이 구독 세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소회가 잇따랐다. 일순간 인터넷이 작동하지 않는 과거로 회귀했는데, 일상 대부분을 채우던 구독 서비스가 멈추자 사람들은 당황했다.

일부는 예전 방식(소유)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려 했으나, 당장 소유한 것이 없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인터넷 중고 장터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휴대용 CD 플레이어를 물색했다. 마땅한 매물이 없어 벽걸이 형태나 책상 등에 둘 수 있는 CD 플레이어도 검색했다. 그러다 결국 검색을 멈췄다. 소유에서 구독으로 경향이 바뀌는 와중에, CD 플레이어를 산다고 해서 과연 얼마나 쓸지 솔직한 의문이 들었다.

구독 경제 모델은 최근 5년 동안 매년 100% 성장을 거듭했다. 소유보다 구독에 익숙한 세대도 등장했다. 이미 사회는 구독 시대에 들어섰다.

중요한 것은 소유든, 구독이든, 공유든 능동적인 소비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자동 결제의 편리성과 콘텐츠의 다양성에 빠져 무의미한 지출은 없는지 따져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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