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명 반드시 넣어야 할 이유 없어
마산야구장이 가진 정체성 이해해야

사람의 이름을 지을 때는 소위 사주팔자를 운명학적으로 대입하여 해자하는 것이 보통이다. 요즘은 한글 이름을 선호하는 경우도 많아 전통적 작명법을 따르지 않기도 하나 어쨌건 이름 하나 짓는 데 쏟는 정성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사람 이름은 불과 한 사람의 호칭으로 사용돼 그만이지만 공공의 설치물, 이를테면 문패를 어떻게 달아야 옳은지에 대해 지금 한창 갑론을박 내지 백가쟁명식 논쟁이 펼쳐지는 창원시 새야구장은 스포츠인뿐만 아니라 시민 모두의 공유물이어서 애착심이 크고 그런 연유로 주의주장도 상당히 강고하다.

새 야구장을 지역 이기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견해는 온당치도 않을뿐더러 보편적이지도 않다. 시가 잠정적 안으로 제시한 세 가지 유형의 이름은 전부 창원을 머리 명사로 얹어 현재의 시 명칭을 중시한 결과물임을 한눈에 알게 해준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그것 역시 지역주의의 산물이란 혐의를 벗기에는 부족하지 않다.

지금은 자치구도 아닌 행정구로 명맥이 이어지고 있지만, 마산은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야구 명문이다. 작년에 100년맞이 행사를 했을 정도로 유구한 야구역사를 지녀 도시명은 사라졌으되 야구 명성은 조금도 빛바래지 않았다. 내년 2월 신축 야구장이 위용을 드러내 정문과 입구에 '창원'으로 명명되는 구장 명패가 내걸린다면 시민 상실감은 말할 수 없이 클 것이요 양덕원두에 울려 퍼졌던 영광과 승리의 함성은 한순간에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당하는 아픔을 겪을 도리밖에 없다.

도시명도 뒤안길로 사라졌는데 야구장 이름까지 바뀌어야 하는가. 마산의 한숨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저간의 사정이 그와 같다. 논란의 핵심은 그러나 지역색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직시할 수 있어야만 제대로 된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뿐이다. 꼭 시명을 구장 이름으로 해야 할 합리적 명분이 무엇인지를 설명치 않고서는 중의를 구하기 쉽지 않다. 서울 대구 광주 부산도 그렇고 시명 아닌 전통적 지명을 취하는 예는 흔하다.

뒤늦게 문제의식에 눈을 뜬 창원시가 부랴부랴 계층별 전문가를 위촉하고 시민대표를 보완하는 등의 자구적 조치로 선정위원회를 출범시켜 마산야구장 이름을 다른 차원에서 새로 짓기로 단안을 내린 것은 올바른 처사다.

선정위원들도 시민인 만큼 사는 곳에 따라 주관적이며 선입견을 배제 못한 편향된 사고방식을 전혀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으나 그들이 최소한 지역의 야구사를 편람하는 성의에 인색하지 않다면, 더 나아가 마산야구장이 가지고 있는바 정체성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다면 만인이 공감하는 제대로 된 호적부를 작성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야구장까지 굳이 시명을 표현하는 도구로 도배할 이유는 없다. 그것이 본질적 명제임을 인식할 수 있다면 문제는 저절로 풀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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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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