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어렸을 때는 젊은 사람이 일하지 않고 잘 차려입고 빈둥빈둥 놀면서 어디서 춤과 노래판이 벌어졌다 하면 빠지지 않는 백수건달들을 가리켜 어르신들께서는 "네가 한량이냐?"하고 힐책했다. 그런 한량이란 단어의 선입관을 가진 채 한량무란 어떤 춤사위인가 하는 궁금증과 함께 여느 고전무용처럼 아름답기는 하나 별로 재미없고 다소 지루한 그런 고전무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공연을 관람했다. 그러나 그런 고전무용에 대한 선입견을 완전히 뒤엎는 재미있고 스토리가 있으며 전혀 지루하지 않으면서 고전무용의 정중동의 진수를 보여주는 특별하고 걸출한 고전무용이었다. 거기다 더해서 한마디 대사 없이 오직 음악과 무용만으로 스토리를 자연스레 알 수 있게 잘 짜여 있으면서 현대인에게 교훈을 주는 그런 훌륭한 작품이었다. 필자는 한량무 공연을 보면서 춘향전, 심청전, 흥부놀부전 등등 이런 판소리 이야기를 한량무처럼 한마디 대사 없이 오직 음악과 무용만으로 엮어간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정행금 선생께서 직접 펼치는 춤사위를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선생님의 건강을 기원한다.

이런 전국 어디에도 없는 문화예술의 유산이 진주에만 있다니 진주의 자랑이요 경남의 자랑이요 보배이다. 지난 세월 동안 진주시에서 이런 훌륭한 문화예술의 유산을 잘 지원·육성했다면 지금쯤 전국 모든 국민이 다 아는 전국 최고의 고전 무용이 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예로부터 북평양, 남진주라는 말이 전해오듯이 진주는 문화예술의 고장이라고 전해진다. 진주시에서는 이런 특별하고 전국 어디에도 없는 걸출한 문화예술 유산을 왜 방치해 왔을까? 사실 이런 문화예술의 유산은 무용수들의 노력과 열정만으로 계속 발전시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정부나 자치단체에서 경제적 투자와 행정적 지원을 하지 않으면 묻혀 버릴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경남도에서 경남 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해서 지원해 왔다고는 하나 진주의 선조께서 물려준 문화예술의 유산을 진주시에서 더 소중히 계속 육성해야 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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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라도 진주시에서 제대로 된 지원대책을 수립해서 전국에서 유일무이한 진주의 자랑 진주 한량무를 전국 최고의 고전무용으로 육성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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