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보장제 보충성 원리...연금 오른만큼 생계급여 깎여 "법 개정해 복지혜택 늘려야"

기초연금 확대가 저소득 노인 소득보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정부가 저소득 노인(하위 20%) 소득보장을 위해 내년 4월부터 기초연금을 월 25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은 기초연금을 받으면 생계급여가 깎여 소득이 제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

창원시 의창구에서 홀로 사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 한모(83) 할머니는 월 20만 원이던 기초연금 수급액이 지난 9월부터 25만 원으로 올랐다는 말에 생계 부담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감에 기뻐했다. 하지만, 지난달 통장을 보니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액이 5만 원 줄어 소득은 그대로였다.

할머니는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몰라 주민자치센터에 찾아가 "기초연금이 오른 대신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액이 그 금액만큼 줄었다"는 답을 받았지만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 할머니는 "차라리 올려준다고 하지나 말 것이지 왜 올려준다고 사람을 우롱하느냐"며 박탈감을 느꼈다고 했다.

할머니와 같은 극빈층 노인들은 기초연금 수급액이 올랐지만 그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는 기초생활보장제도 가운데 보충성의 원리를 우선으로 하는 정부 정책 탓이다.

정부가 시행 중인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최저 생계비를 정해 놓고 모자란 만큼만 생계급여로 '보충'하도록 설계됐다. 그런데 기초연금을 받으면 그만큼 보충할 필요가 없어 생계급여가 그만큼 줄어든다. 즉, 정부가 정한 생계급여 기준액보다 모자라는 금액만 보충해 지원해주는 보충성의 원리 탓에 빈곤 노인은 어떤 혜택도 받지 못하는 구조로 이뤄져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 되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정부 계획에 따라 내년 4월부터 소득하위 20%에 해당하는 65세 이상 150만여 명에게 기초연금을 월 30만 원으로 인상해도 28%(약 42만 명)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은 소득 인상 효과가 없는 셈이다.

정부는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생계급여 기준액과 수급자 소득인정액 차액을 보충하는 제도라는 점을 들며 제도 변경은 어렵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의 소득을 높이는 것보다 비수급 빈곤층과 차상위 계층 노인의 빈곤 해결이 더 우선"이라고 말했다.

빈곤노인기초연금보장연대 관계자는 "일반 노인은 기초연금만큼 실소득이 증가하지만 가장 가난한 노인들은 여기서 배제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다"며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으로 복지혜택을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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