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산청과 시인 자신의 '저무는 시간'에 대하여

지난 2003년 등단해 4권의 시집을 발표한 김규정 시인이 다섯 번째 시집 <억새>를 발표했다.

전작인 <설산> 이후 2년 만에 발표한 이번 시집은 농사일의 애환, 나이 듦에 대한 소회, 지리산과 경호강 등 산청의 자연에 대한 감상 등을 담았다.

이번 시집의 대표 시 '억새'에서 시인은 노인의 정서를 아낌없이 발휘한다. 그러나 약하고 힘없는 노인이 아니라 '마른땅과 짓궂은 바람 원망치 않고 맞서는' 기개 넘치는 노인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김 시인은 1935년 산청에서 태어나 젊은 시절 공직생활을 거쳐 2003년 시사문단을 통해 등단했다. 이후 <바람의 흔적>(2004), <노송의 독백>(2005), <집으로 가는 길>(2009), <설산>(2016) 등 4권의 시집을 세상에 내놨다.

시인은 '입동 무렵'이라는 시를 통해 가을에서 겨울로 들어서는 시절의 생태를 말한다. '푸르던 산들만이 곱디고운 수의 자랑하며 저승갈 채비 서두르고 있다. 나도 이제 슬금슬금 떠날 준비를 해야겠다.'

이처럼 시인은 자연의 변화와 자신의 나이 듦을 동시에 느끼며 시상으로 풀어내고 있다.

강희근(경상대 명예교수) 시인은 서평에서 "김규정 시인은 산, 강, 사람 3자가 하나로 연결돼 결이 하나인 흐름을 보여준다. 그것이 산청이다"며 "김규정 시인의 키워드는 '맑음'이다. 산청의 지리산과 경호강이 한없이 맑고 거기 따라 작중의 화자도 맑은 인품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사람과 나무 펴냄, 117쪽,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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