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위기를 겪는 가정이 늘고 있다. 기업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구조조정의 칼날을 노동자들에게 겨눈 결과다. 경남지역은 거제를 중심으로 가정이 무너지는 현상이 전국 평균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산업계의 불황은 언제든지 올 수 있다. 그러나 문제 해결의 방법으로 지금처럼 노동자 희생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면 기업은 살아날지 모르나 우리 사회는 급격히 무너질 수밖에 없다. 기업회생의 방법을 바꾸어 상생하는 노사 문화를 만들지 못하면 우리 사회는 지금보다 더 혹독한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

경남도건강가정지원센터는 지난 28일 경남의 조선업 불황, 실직하는 중년 남성 무너지는 가족을 주제로 가족정책 포럼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조선업 비중이 높은 경남의 위기 가정 사례들을 비롯하여 그 원인과 이를 막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이 제시되었다. 조선업 불황 여파는 노동자들의 실직으로 그치지 않는다. 일자리를 찾기 위해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고 이는 곧 가족해체로 이어진다. 젊은 세대의 가정 꾸리기도 힘들어진다. 결국, 포럼에서 지적된 대로 무분별한 구조조정은 올바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STX조선은 많은 노동자를 내보내고서야 상생협약으로 살길을 찾았다. 대우조선해양은 무분별한 구조조정으로 수많은 노동자를 내보냈고 숙련노동자 부족을 메우기 위해 다시 수백 명을 재고용하는 웃지 못할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수십조의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정부의 관리를 받는 기업이 이 정도 수준이면 지금까지 해왔던 구조조정 방법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헝클어서는 기업도 죽고 사회도 병든다.

가정을 지켜내고 사회적 부담을 줄이려면 포럼에서 제시된 것처럼 일방적인 해고가 아니라 노동자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고용상담과 재취업 교육은 방편은 될 수 있어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또한, 조선불황은 세계적인 조선 경기 후퇴와도 관련이 있지만 과잉저가경쟁과 해양플랜트 기술 부재도 한몫했다. 정부가 적극적인 조선 경쟁력 확보 정책을 내놓고 노사 상생문화를 끌어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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