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공개 꺼리는 사립유치원
아이 돌봄, 공공영역 끌어와야

비리 사립유치원의 명단이 공개된 지 한 달이 지났다. 경남에서도 21곳이 적발됐다. 그중에는 딸을 보낼까 말까 상담받았던 유치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먼 곳의 일이 아니다.

내년 6세가 되는 딸은 국공립 어린이집에 다닌다. 취학 전까지 다닐 수 있는 곳이지만 얼마 전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다. 내년 재학생이 줄어들어서 통합반이 되거나 자칫 반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통보였다. 초등학교를 대비해 보육보다는 학업에 중점을 둔 사립유치원으로 옮기는 원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심란함을 뒤로하고 유치원 폭풍검색에 들어갔다. 반이 사라지는 만일의 경우를 생각하니 마음이 조급할 수밖에 없었다. 잠을 설쳐가며 인터넷 카페를 뒤졌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사립유치원은 하필이면 인기 많기로 유명한 곳. 학비나 교육과정이라도 좀 알아보려고 했지만, 어디에서도 구체적인 정보를 알 수 없었다. 다음 날 전화를 걸어도 마찬가지. 접수가 끝났으니 대기를 걸어두고 상담을 기다리라는 말만 허공의 메아리처럼 돌아왔다.

마침내 정보를 얻은 곳은 카톡이었다. 답답한 마음을 또래 엄마에게 토로하자 자신은 해당 유치원 설명회에 다녀와서 정보가 있다며 여러 장의 사진을 보내왔다. 그중에는 학비명세도 있었다. 금액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SNS에 게시하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적힌 빨간 글씨였다. 실제로 인터넷 카페에 올리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공유도 하지 말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일일이 직접 발품을 팔거나 넓은 인맥으로 정보력을 갖추어야만 알 수 있는 사립유치원 정보를 제대로 알 수 있다. 대체 이게 정상일까?

출생률은 매년 낮아지는데 유치원 보내기는 대학 보내기만큼 힘들어졌다. 소문난 유치원은 설명회 당일 참석해야만 접수할 수 있고, 돌봄자가 참석하기 힘든 평일 낮 시간대에 진행하면서 아이 동행 금지를 조건으로 두는 곳도 있다. 돈과 시간의 여유가 없다면 입학 설명을 들을 기회조차 없는 것이다.

결국, 코앞에 있는 유치원을 포기하고 원거리 병설 유치원을 알아봤다. '처음 학교로' 홈페이지가 큰 도움이 됐다. 회원가입을 하고 본인 인증을 거치니 몇 번의 클릭으로 입학 접수도 가능했다. 하지만 이 편리한 시스템에 등록된 창원 사립유치원은 101곳 중 고작 20곳밖에 되지 않았다. 사립유치원이 아직도 투명해지길 망설이는 이유는 뭘까. 한유총은 학부모 추가 부담이 없는 국공립유치원과 같은 검색시스템을 활용하면 원아 모집에서 불평등하다고 항변했다. 정보 공개를 꺼리는 이유가 결국은 시장의 원리인 것이다.

우리는 육아와 돌봄을 민간시장에 맡긴 결과를 보고 있다. 사립유치원과 사교육이 성장한 배경에는 돌봄에 대한 공공성 부재, 과도한 경쟁 부추김이 있다. 이제라도 돌봄을 공공의 역할로 끌어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현재를 제대로 진단해야 할 것이다. 사립유치원 선별적 감사로는 안된다. 적극적으로 회계 감사하고, '처음 학교로' 등록 의무화 추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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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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