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축수업 등 일정 인위적 조정 않고 정상 운영
졸업논문 발표·사회 진출 도움되는 강연 진행

고교생들이 흔히 듣는 말은 "수능 때까지만 참아라"다. 대학 입시를 향해 달려온 고3 교실 수업 파행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매년 되풀이되는 현상이다.

수능 전이나 이후나 흐트러지지 않는 학교도 있다. 공립 대안 고등학교인 창원 태봉고등학교 3학년 교실은 여전히 바쁘다. 교육 방향이 '대학 준비'가 아니라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공부'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일반 고교는 수능 전 수업시간을 늘리고 여름방학을 줄여 수능 이후 수업 일수를 줄였다. 이런 이유로 수능 이후 4교시 수업(낮 12시 40분 하교)과 조기에 겨울방학에 들어갈 수 있다. 태봉고는 수능일을 기준으로 수업 일정을 인위적으로 조정하지 않았다.

▲ 공립 대안 고등학교인 창원 태봉고등학교는 수능이 끝난 뒤에도 알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3학년 학생들은 논문 발표 주간에 맞춰 다양한 주제로 졸업논문을 쓴다. /태봉고

3학년 부장인 이혜진 교사는 "태봉고에 입학한 학생과 학부모는 입시경쟁 교육이 싫어 이 학교를 선택했다. 그럼에도, 3학년 45명 중 70%가 진로와 관련된 대학에 진학한다. 수능 이후 긴장감이 풀린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워하는 건 여느 학교와 마찬가지지만 교육 일정상 더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봉고 3학년들은 2학기부터 졸업논문을 준비하고 '논문 발표 주간'(12월 17∼21일)을 정해 전교생과 학부모, 지역민 앞에서 공개한다. 3년 동안 공부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 논문 주제다. '디자이너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 '클래식의 모든 것' 등 다양하다.

1월 중에 진행하는 '졸업 주간'은 선·후배들이 함께 자체적으로 계획을 짠다. 태봉고는 '새내기 유권자 교육', '근로계약서 쓰는 방법' 등 사회진출을 앞둔 고3을 위한 강연도 진행한다. 사립 대안학교 산청 간디고 3학년 학생도 졸업 논문을 쓰고 있다.

교육부는 고3 수업 파행을 막고자 제도 개선을 시도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교육 전문가들은 대학입시 중심 교육체제를 바꾸지 않는 한, 수시모집과 정시모집 선발 시기를 통합해 수능 이후 시행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지난 4월 교육부는 '2022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하며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에 필수 논의사항으로 '수시·정시 통합 여부'를 공론화 범위에 포함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대입특위는 공론화 범위에서 이를 제외했고, 국가교육회의는 현행 분리 체계를 유지할 것을 권고했다.

이유는 학생 부담 증가, 대입전형의 복잡성 확대, 전형 기간 축소로 학생부종합전형 평가 부실과 공정성·신뢰성 저하 우려 등이다. 수시 선발비율이 확대되면서 고3 교실 혼란은 사실상 수능 이후가 아니라 수시 모집이 시작되는 10월부터 일어나고 있다.

▲ 공립 대안 고등학교인 창원 태봉고등학교는 수능이 끝난 뒤에도 알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3학년 학생들은 논문 발표 주간에 맞춰 다양한 주제로 졸업논문을 쓴다. /태봉고

김종승 경남대학입시정보센터 장학사는 "현 입시 체제에서는 수시·정시 선발시기를 통합하거나 5학기제 운영으로 남은 1학기를 다르게 운영하는 대안이 있다. 대학과 학부모 반발로 어느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혜진 교사는 "인문계 고교에서 18년간 지도했지만, 목표가 대학이다 보니 수능 이후 학생들은 의욕과 에너지가 빠진 상태가 된다. 이를 알기에 학교와 교사는 수능 이후 교육활동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 교사는 "태봉고는 3년간 학생 성장에 초점을 맞춰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또 다른 성장을 위한 선택 중 하나가 대학 진학이다. 3학년 2학기는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고, 졸업은 성장을 축하하는 의미다. 대학 입학을 우선시하는 학생·학부모 의식이 먼저 바뀌어야 교육 전문가들이 말하는 제도 개선이 큰 효과로 다가올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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