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처럼 단단한 그대…시 안에서 영원히 남길
독자·지인 진주문고 찾아
낭독과 노래로 추억 공유
"지역 상징하는 시인으로"

'허수경(1964~2018) 시인이 이 정도로 유명했던가.'

27일 저녁 7시 진주시 진주문고 본점 2층 여서재를 가득 채운 사람들을 보며 든 생각이다. 지난달 3일 독일에서 영면한 고 허수경 시인 추모 모임 자리였다.

시인과 대학 시절을 함께한 권영란 작가, 시인을 오래 알고 지내던 진주문고 여태훈 대표, 시인의 모교 경상대 출판부 김종길 편집장이 행사를 준비했고, 시인을 기억하는 지인과 그의 시를 좋아하는 독자들이 참석했다. 시인의 동생 허훈 씨가 이 자리에 제가 모르는 분이 더 많아서 기쁘다고 한 소감에서 알 수 있듯, 단체가 아닌 개인적으로 찾아온 이들이 많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날은 허 시인을 진주를 상징하는 시인으로 자리매김하는 날이기도 했다.

▲ 허수경 시인과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최세현 지리산생명연대 공동대표. /이서후 기자

시인의 시가 몇 편 낭송되고, 진주 가수 권정애 씨가 시인이 좋아하는 노래 '봄날은 간다'를 불렀다. 또 진주 가수 이마주 씨는 시인의 '바다가'란 시에 직접 가락을 붙여 노래했다. 시인의 까마득한 후배이자 막 20대로 접어든 황재현(경상대 국어국문학과 1학년) 씨는 기특하게도 시인의 시 '스승의 구두'를 두고 시평을 했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것은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회고다. 젊은 날 경상대 출신 문학가들이 만든 전원문학회를 통해 시인과 한때를 공존했던 지리산생명연대 최세현 공동대표는 시인을 두고 단단한 돌멩이 같은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고등학교를 함께 다닌 강경향 씨는 "늘 표현은 부드럽고 조용조용 친구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결이 고운 목소리로 이름을 불러 주던 친구였다"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여느 여고생과 달랐고, 그건 그의 방대한 독서량과 사색에서 온 것이 아닌가 한다"고 기억했다.

▲ 시평을 하는 경상대 국문과 황재현 학생. /이서후 기자

즉석에서 이야기를 자청하고 나선 이장규 진해드림요양병원장은 시인과 중·고교시절 6년 동안 독서회를 같이했다고 밝혔다. 그는 "수경이가 독서회 활동에 열심이었지만, 평소에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는 않았다"며 "하지만, 할 말이 있으면 아주 뚜렷하게 의사 표현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특히 고등학교 시절에 허 시인은 김수영 시인에 관심이 많았다고 이 씨는 덧붙였다.

권영란 작가 역시 대학시절 집이 진주 중앙시장 안에 있던 허 시인과 자주 밤거리를 돌아다녔던 기억을 더듬었다. 그리고 권 작가는 시인이 노래를 청승맞게 아주 잘 불렀다고 했다. 이는 지인들이 모두 인정하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시인의 대학 후배로, 젊은 날 등단한 시인을 선망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성순옥(51·진주시) 씨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가 낭송 됐다. 성 씨는 편지에서 이제는 추모가 아닌 영원한 기억으로 남길 바란다고 축원했다.

추모 모임 행사장 주변에는 허 시인의 시와 책이 전시됐다. 허 시인 장례는 독일에서 수목장으로 치러졌다. 이날 시인이 잠든 독일 뮌스터 외곽 발트프리덴 호르스트마르-알트 35번지 233번 참나무 사진도 행사장에서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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