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건강가정지원센터 포럼
거제 실업률 높고 중년남성 많아
실직기간 단축 등 정책대안 필요

창원시 진해구에 사는 50대 남성은 지난해 조선업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10년 넘게 다닌 조선소에서 명예퇴직을 했다. 이후 직장을 구하지 못해 전국을 돌며 막노동을 하다 최근 허리도 다쳤다. 부인은 단기 아르바이트에 나섰고, 대학생 자녀는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휴학계를 내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노모까지 모셔야 하는 이 가정은 조선업 위기와 함께 가정도 휘청대고 있다.

지난해 조선소에서 희망퇴직을 한 30대 가장도 어렵다. 정직원이던 그는 외주 업체로 옮겨야 했고, 얼마 뒤 일이 없어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창원에 가족을 두고 홀로 경기도에서 일하고, 부인도 일을 시작했다. 30대 부부는 어린 자녀만 집에 오래 둬 걱정이지만 다른 방도가 없다.

특히 조선업 비중이 큰 경남지역에 위험가정이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조선업계 불황이 실직으로 이어지며 위기 가정이 늘어난 상황에서 노동자 부담을 줄이는 정책을 펴 가정 붕괴를 막아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경남도건강가정지원센터는 28일 3·15아트센터에서 '경남의 조선업 불황 - 실직하는 중년 남성, 무너지는 가족'을 주제로 가족정책포럼을 열었다.

황병훈 고용노동부 통영지청 선임팀장은 조선업 경기 불황으로 위기에 놓인 거제지역을 사례로 실업이 가정에 미치는 영향을 발표했다. 황 팀장에 따르면 조선업 불황으로 지난 4월 기준 거제지역 고용률은 58.6%에 머물렀다. 전국 평균(63.5%)에 현저히 떨어지고, 경남(63.3%)·울산(62.3%)보다 낮았다. 거제지역은 조선업계가 전체 지역총생산의 66%를 차지할 만큼 조선업 비중이 크다. 지난 8월에는 지역 실업률이 역대 최고인 7%를 나타내기도 했다.

울산·창원·목포·거제 조선업희망센터 방문자 현황을 보면 거제지역이 다른 곳보다 재취업 희망자가 많다. 지난 2016년 8월부터 올해 9월까지 센터 방문자 중 거제지역이 전체 51.9%(2만 3684명)를 차지했다. 이는 가족 붕괴 위기에 처한 중년 남성들이 거제에 많은 것을 뒷받침한다.

거제는 고용보험 피보험자 남성 비중이 전체 75.3%에 이를 만큼 남성 소득이 가계 소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년 남성이 실직하면 가구 소득 손실이 커 위기 가정이 늘어난다. 이 때문에 많은 조선업 퇴직자와 가족은 전문 심리상담 서비스를 받고 있다. 거제 조선업희망센터에서 지난 2016년 476회였던 심리상담 횟수는 지난해 2029회, 올해 9월까지는 1552회로 급증했다.

황 팀장은 "실직에 따른 임금손실은 상대적으로 40대 이후 남성 중·고령자에게서 나타난다. 개인 임금손실은 가구소득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정이 늘어나 가족이 붕괴하기도 한다"면서 "가정해체를 사전에 예방하려면 실직기간 단축이 최선의 정책이다"고 밝혔다.

▲ 경상남도건강가정지원센터와 경남대학교가 주최한 2018년 가족정책포럼이 '경남의 조선업 불황 - 실직하는 중년 남성, 무너지는 가족'을 주제로 28일 오후 창원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일방적인 해고가 아니라 노동자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성갑(더불어민주당·거제1) 경남도의회 경제환경위원회 위원장은 "정부 조선업 주요 위기대책 중 고용분야는 고용상담과 재취업교육 등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고용위기는 경기침체와 국내조선소 과잉저가경쟁, 해양플랜트산업 기술 부재 등 종합적 원인이 있다"며 "휴식월과 휴식년 등 구조조정 변화를 꾀하고 노동자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을 펼 수 있는 전략으로 산업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권희경 창원대 가족복지학과 교수는 경제불황이 가족 해체로 나타난 통계를 설명했다. 경남은 지난 2015년부터 3년간 실업률이 2.6%, 3.6%, 3%를 나타냈는데 같은 기간 조이혼율도 2.4%, 2.2%, 2.2%로 집계돼 전국 평균(2.1%) 보다 높았다. 권 교수는 "경제불황이 왔을 때 가족이 견뎌낼 힘을 키워야 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안전한 여성 일자리를 늘려 남성의 가구 소득 비중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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