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야 반갑다

◇생태체험 = 겨울철새가 찾아오는 철이다. 시베리아나 몽골은 겨울이면 꽁꽁 얼어붙어서 먹을거리가 없다. 따뜻한 남쪽 우리나라는 다르다. 겨울에 철새들이 무리지어 찾는 까닭이다. 사람들은 새들의 날갯짓에서 '자유'를 떠올리기도 하지만 실은 그것은 목숨을 건 고단한 사투이고 먹고살기 위한 처절한 몸짓일 따름이다.

새들의 세계에서는 배려 따위는 없다. 힘센 친구에게 약한 새들을 위한 양보는 있을 수 없다. 시베리아·몽골에서 날아온 철새 가운데 제일 센 녀석이 가장 북쪽 철원평야나 한강·임진강 유역에 자리를 잡는다. 다음으로 센 녀석이 그 다음 북쪽인 금강 유역과 천수만 일대에 자리 잡는다. 그보다 멀리 날아와야 하는 더 남쪽 낙동강 일대에서 보이는 철새들은 거기서도 밀려난 약한 녀석이 대부분이다. 낙동강에서도 밀려나면 어떡하냐고? 어쩔 수 없이 죽어야 하거나 아니면 바다 건너 일본 또는 호주까지 날아가야 한다.

민들레·창원상남·한울·전원해운·마산늘푸른·성원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함께한 11월 24일 '토요 동구밖 생태체험 교실'의 주제는 철새였다. 아이들에게 철새는 낯설기도 하고 익숙하기도 한 존재이다. 철새를 모르거나 본 적이 없는 친구는 없다. 그렇지만 하늘을 나는 저 새가 무엇인지 물으면 제대로 알아맞히는 친구 또한 거의 없다.

철새들은 제대로 알고 보면 모르면서 볼 때와 하늘과 땅만큼 크게 차이가 난다. 모르면 이게 그것 같고 볼수록 헷갈리지만 반대로 조금이라도 알고 보면 확실하게 구별되고 특징이 드러나는 것이 철새다. 모든 겨울철새를 주워삼킬 필요는 없다. 철새 전문가도 못하는 일이다. 모두가 다 아는 오리만 해도 한 종류가 아니고 여러 수십 가지가 된다.

두드러진 특징을 따라 크게 듬성듬성 무리지어 구분하고 식별할 줄만 알면 그만이다. 아이들에게는 분명하고 간단하게 특징을 간추려 알려줄 필요가 있다. 부산 명지철새탐조대를 향하여 달리는 버스 안이었다. "겨울에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는 몇 가지나 될까요? 무지무지 많지만 다 알 필요는 없어요. 크게 세 덩어리로만 나누면 됩니다. 덩치가 아주 크고 흰색이면 고니, 그보다 작으면서 갈색이면 기러기, 그보다 작아서 닭 정도 크기이면서 색깔이 여러 가지면 오리라고 보면 돼요.

하늘을 날 때는 어떻게 구분할까요? 날갯짓이 너울너울 우아하면 바로 고니예요. 사람들이 백조로 잘못 알지만 그것은 일본식 말이에요. 흑고니라는 것이 있는데 그러면 흑백조가 되잖아요? 까만 흰 새라니 말이 되나요? 하하. 기러기는 날갯짓이 그리 멋지지는 않은데 대신 무리짓는 모양이 그럴듯해요. 꼭 V자나 W자로 편대를 지어 비행하거든요. 마지막 오리는 어떨까요? 작으니까 날갯짓이 어쩌면 방정맞아 보이기도 한데요, 오리들은 한꺼번에 수십에서 수만 마리가 떼지어 나는 군무가 인상깊고 멋지답니다."

▲ 명지철새탐조대에서 망원경으로 철새를 살펴보는 아이들 모습. /김훤주 기자

◇명지탐조대 = 명지철새탐조대가 있는 데는 낙동강 하구이다. 여기 일대에서 대표적인 겨울철새는 바로 고니다. 지구상에 모두 2만 마리밖에 남아 있지 않은데 30%인 6000마리가 여기에 모여서 겨울을 나기 때문이다. 낙동강의 민물과 남해 바다의 짠물이 만나면서 생태계가 풍성해지는 덕분에 먹을거리가 많은 데다 날씨까지 따뜻해서 한겨울에도 물이 얼지 않을 정도라서 그렇다.

탐조대에 도착해 단체사진을 찍은 다음 3명씩 팀을 이루어 미션 수행에 나섰다. 탐조대 여기저기 있는 안내와 설명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여기 오는 철새들을 구체적으로 알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도요새가 몇 가지인지, 이름에 '물떼'가 들어 있는 새는 또 얼마나 되는지, 오리들의 종류에 따른 특징은 무엇인지 등을 묻는 문제가 적혀 있다. 물론 이리 한다 해도 금세 기억에서 지워지겠지만 한 번이라도 이렇게 하고 나면 고니와 기러기와 오리, 그리고 도요새 정도는 나중에 큰 틀에서 구분해 볼 수 있겠지.

망원경은 미션 중간중간에 돌아가면서 본다. 물때가 밀물이어서 새들이 많지 않았다. 그래도 고니는 여기저기 널려 있어서 맨눈으로도 손쉽게 확인이 되었다. 역시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차이가 나는 모양이다. 눈을 들이댔다가도 금세 떼어내기 십상인 것이 아이들인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좌우로 돌려가며 망원경을 들이대고 아래위로 움직이며 초점을 맞춘다. 그러다 '우와!' 소리를 내며 "고니가 네 마리야!" 외치기도 한다. 미션 문제는 열세 팀 가운데 아홉 팀이 만점이 나왔다. 어쩔 수 없이 가위바위보로 세 팀을 뽑아 '쥐꼬리 장학금' 1000원이 든 봉투를 세 개씩 안겼다.

◇다대포해수욕장 = 점심을 먹고는 다대포해수욕장으로 옮겨갔다. 오전에 철새 공부를 열심히 했으니 오후에는 그냥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바람과 더불어 놀기로 한다. 그런데 날씨가 받쳐주지 않는다. 흐렸다가 맑았다가 가는비가 내렸다가를 되풀이하더니 이윽고 먹장구름이 몰리면서 빗방울이 굵어진다. 그래도 아이들은(선생님도!) 씩씩함이 꺾이지 않는다. 바위를 뒤집어 조개도 찾고 출렁이는 바닷물도 밟고 조금씩 빠져나가는 썰물을 따라들어갔다가 신발을 적시기도 했다. 한쪽에서는 언제부터 파냈는지 모래 구덩이가 깊숙하고 어떤 친구들은 새들이 뜯어먹고 남긴 물고기뼈를 들고 왔는데 제법 커다랗다.

이제 돌아가야겠다. 내리는 비에 짜증을 내는 친구도 없고 돌아가자는 말에 투정을 부리는 친구도 없다. 다들 해맑은 표정들이다. 주어진 조건에 맞추어 즐기고 노닐 따름, 조건 탓을 하지 않는다. 사람이 자연에 맞추어야지 자연은 사람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어렴풋하게나마 알아차렸기 때문일까. 어쨌거나 올 한 해 생태체험을 하면서 아이들 힘이 제법 세어진 것 같아 적잖이 대견스러웠다.

◇역사탐방 = 같은 11월 24일 떠난 역사탐방은 10월과 마찬가지로 의령 백산 안희제 생가~망우당 곽재우 생가~정암진을 찾았다. 해담·명동·햇살경화·회원큰별·샘동네·정 지역아동센터와 함께였다. 의령은 10월에 다녀온 역사탐방과 겹치기에 이번 소개는 생략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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