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에 밀려 설 자리 줄어든 프로스포츠
도민 밀착형 구단만이 생존할 유일 해법

얼마 전 프로농구 창원LG 현주엽 감독과 경기 전 인터뷰를 하면서 "정글의 법칙 출연할 때와 감독인 지금 미디어 주목도가 어떠냐"고 물었다.

농구 외적인 질문은 사양한다고 손사래 치더니 현 감독은 "정법 같은 예능에 김종규 한두 번 출연시키면 인기 폭발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맨날 예능만 보지 말고 스포츠도 좀 봐달라"고 굉장히 억제하고 정제한 말로 부탁을 했다.

하지만 어쩌겠나. 내가 보는 스포츠 TV 채널은 13개다. 스포츠 채널에서 예능 재방송이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 당구 재방·3방일지라도 채널 하나는 독차지하고 있다. 유럽 축구, 미국 야구, 미국 농구, 한국 야구 중계나 재방도 한두 개 나온다. 치고받고 싸우는 격투기류도 채널 한두 개는 항상 점유하고 있다. 그 많은 채널 중 K리그나 남자프로농구 재방송은 눈을 씻고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스포츠 채널 중계 우선 순위가 야구-배구-축구-농구라는 얘기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만큼 축구나 농구는 미디어 입맛에 맞지 않는 종목이고, 채널을 확보하지 못한 이들 종목은 고전하고 있다. 당연히 팬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미디어 환경 변화는 나도 체감하고 있다. 한번씩 일부러라도 시내버스를 타는데 승객들의 스마트폰 이용을 눈여겨본다.

중년층 이상은 대체로 메신저를 이용하는 풍경이고, 20대로 보이는 세대는 대부분 귀에 이어폰을 꽂고 뮤직비디오나 인기 예능프로그램 재방송을 보고 있다. 내가 본 바로는 스포츠 채널을 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2002년 무렵, 도민 프로축구단 창단을 추진하던 시기에 고 전형두 경남축구협회장하고 이런 얘기를 많이 나눴다.

'경남 프로축구단은 굳이 리그 우승을 노릴 필요는 없다. 중위권 정도 성적을 거두면서 경남에서 크는 축구 꿈나무를 발굴하고 프로에 데뷔할 수 있게 도와주는 등 경남 축구의 정점에 위치하면서 희망을 주는 역할을 하면 된다. 운영비는 외국인 선수나 국내선수 유망주 발굴해 키워 몸값 올려 충당하면 된다.' 프로축구단 창단과 관련한 그의 일관된 요지였다.

하지만 그 사이 여건은 확연히 달라졌다. 최근 벤투 국가대표 감독 효과로 축구 열기가 올라왔다고는 하지만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2002년에 비길 바는 못된다.

내년 경남은 ACL, FA컵, K리그1 등 3개 대회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그런 구단에 다른 역할을 요구하기가 참 부담스럽긴 하다. 그렇지만, 선수단도 '봉사활동'에 관심을 보였다니 이참에 좀 더 도민 밀착을 실천해주면 좋겠다. 쉽지 않은 줄은 안다. 마지막으로 기댈 데는 도민이다. 그나마 구단주가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구단주에게 힘을 실어주는 길이기도 하다.

정성인.jpg

'공부도 잘하는데 인사성도 밝은' 경남FC가 정답은 아닐 수 있지만, 도민의 환심을 사는 데는 절대 필요한 덕목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