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부품 회사 사장님이 갑자기 레스토랑 연 까닭은
이익보단 지역 환원 차원…청년들 여가 즐길 곳 부족
김해 장유 대청계곡 거리…복합문화타운 만드는 게 꿈
시작으로 요식업 선택한 건 문화 기본은 '먹는 것' 이기에

강동명(55) 대표는 김해에 터를 잡고 있는 남광디씨텍·남광화스너를 운영하는 CEO다. 두 기업은 자동차용 부품 생산업체다. 그런데 최근 색다른 사업에 뛰어들었다. 요식업, 그것도 평범한 음식점이 아닌, 대형 복합 레스토랑이다. 에드워드 권이라는, 유명 셰프가 주방을 맡았다.

- 김해에 기반을 둔 자동차용 부품 제조 기업인 남광디씨텍·남광화스너를 경영하는 사업가이면서 지난 8월 복합 다이닝 공간 에스키스를 오픈했다. 우선 대표로 있는 남광디씨텍·남광화스너에 대해 설명 부탁한다.

"남광디씨텍과 남광화스너는 뿌리는 같은 회사다. 1995년 남광산업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규모가 커지면서 법인 회사로 분리한 게 남광디씨텍, 개인 회사로 남겨둔 게 남광화스너다. 남광디씨텍의 규모가 훨씬 크다."

- 자동차용 부품 제조 기업이라 들었다. 어떤 부품을 생산하나?

"생산하는 핵심 부품은 자동차 기어 장치에 사용하는 '디프케이스'다. 자동차는 주행을 하다가 좌·우회전을 하는데. 이때 좌·우측 바퀴의 회전율이 달라진다. 안쪽 바퀴의 회전이 적고 바깥쪽 바퀴의 회전이 많다. 이때 기능을 하는 부품을 가공·조립하고 있다. 주요 납품처는 현대다이모스, S&T중공업 등이다."

- 제조 기업 대표가 레스토랑이라. 상당히 뜬금없다고 느껴진다.

"요식업만 생각해서 에스키스를 만든 건 아니다. 궁극적으로 장유 대청계곡 이 거리를 '복합 문화 타운'으로 조성하는 것이 내 꿈이고, 에스키스는 그 계획으로의 첫걸음이다."

- 복합 문화 타운. 어떤 곳을 구상하고 있나?

"부산 수영구의 'F1963'이나 서울의 '사운즈 한남', '서울숲 언더스탠드 에비뉴' 같은 공간을 꿈꾼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 가보면 지역 청년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많다. 하지만 경남에는 그런 곳이 없다. 그나마 창원의 문화공간이 경남 다른 도시에 비해 잘돼 있지만, 결국 상업지구 안에 문화시설 몇 곳이 들어선 정도다. 그러다 보니 지역 청년들은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부산 같은 문화시설이 잘돼 있는 곳으로 간다. 인재 유출인 셈이다. 작게는 청년들이 지역 내에서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크게는 청년들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 장기적으로는 도심형 숙박 시설이나 공원, 청년 일자리 문화 공간 등을 조성할 생각이다."

- 그 계획의 시작으로 다른 시설이 아닌 요식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문화의 기본은 먹는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세대는 도심 외곽에 오리불고기, 백숙 이런 거 먹으러 가고, 이것만 있으면 충분했다. 그런데 요즘은 많이 바뀌었다. 기존 한식에서 벗어나 양식, 일식 같은 것도 쉽게 접한다. 먹는다는 게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에서 입으로, 코로, 눈으로 즐기는 문화로 바뀌었다. 하지만 이런 니즈(Needs)를 충족시켜줄 만한 곳이 얼마 없다. 이런 레스토랑은 개인이 투자하기엔 부담스럽고, 규모가 있는 기업이 투자하기엔 수익률이 떨어진다. 에스키스를 준비하는 데 든 비용이 140억 원 정도다. 돈 보고는 못 하는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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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시 대청동에 대형 복합 레스토랑 '에스키스'를 연 강동명 에스키스 회장(왼쪽)과 에드워드 권 셰프(오른쪽). /이종현 기자

- 레스토랑 얘기를 해 보자. 에스키스는 4층 규모의 호화 레스토랑이다. 하나의 레스토랑 안에 여러 콘셉트를 준비했다고 들었다. 소개 부탁한다.

"에스키스는 층별 콘셉트를 달리한 복합 다이닝 공간이다. 1층은 '에디스키친(Eddy's kitchen)'이다. 캐주얼 레스토랑으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접할 수 있는 코스 요리를 준비했다. 에드워드 권의 지휘를 받는다. 주방이 개방된 오픈키친 형태라 요리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2층은 커피 등의 음료와 빵, 샌드위치 등의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아뜰리에엠(Atelier M)이다. 일반 카페의 가격과 크게 다르지 않다. 3층은 엘리멘츠(Elements)라는 모던한식 레스토랑이다. 전통 한식에 서양식 조리법을 접목한 에드워드 권의 한식 코스 요리라고 보면 된다. 한식다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새로움을 전하는 게 주목적이다. 4층은 더라운지(The Lounge)라는 곳으로, 식당 개념의 3층 엘리멘츠를 더 넓은 공간에서 즐길 수 있도록 준비했다. 20~40여 명이 이용할 수 있는 엘리멘츠의 확장 공간이라고 보면 된다."

- 스타 셰프 에드워드 권이 김해에 왔다는 것도 이슈다. 어떻게 교감을 나눴나.

"에스키스는 친환경 재료를 쓰는, 소스 하나도 직접 만들어 쓰는 레스토랑이길 바랐다. 이런 이상과 어울리는 셰프를 찾았고, 그중 최고의 셰프에게 연락했다. 그게 에드워드 권이었다. 에드워드 권의 요리 철학이 내가 생각하는 것과 일치했다. 게다가 에드워드 권은 국내에서 요리사라는 직업을 지금 위치에 오르게 한 일등공신, 원조 스타 셰프지 않나."

- 워낙 바쁜 사람이다. 방송도 있고 본인 레스토랑도 있다. 항상 에스키스에 있을 수는 없을 듯한데. 머무는 요일 등, 정해진 게 있나?

"에드워드 권은 본인 레스토랑이나 방송뿐 아니라 서울현대직업전문학교의 학장을 맡고 있다. 모든 시간을 에스키스에 쓸 수는 없다. 그래도 1년에 30~40%는 에스키스에 집중하고, 점차 그 비율을 늘려갈 계획이다. 에드워드 권이 없을 때는 부총주방장인 김경민 셰프가 주방을 맡는다. 이분도 경력이 충분한 셰프로, 에드워드 권의 부재에도 그 레시피나 철학에 어울리는 요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 원래는 서울에서 운영 중인 에드워드 권의 레스토랑 랩24(Lab XXIV)도 에스키스에 합류할 예정이었는데 보류됐다. 이유가 있나?

"미슐랭가이드 등의 평가 때문에 나눠둔 상태다. 미슐랭가이드는 평가 대상이 서울이다. 지역은 해당 사항에 없다. 상징성으로 서울에 레스토랑을 둘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예 안 오는 건 아니다. 지금의 에디스키친, 아뜰리에엠, 엘리멘츠 운영이 궤도에 오르고 안정화되면. 4층 더라운지 자리에 랩24를 오픈할 수도 있다."

- 큰 규모의 레스토랑이다. 준비하고 운영하면서 어려운 게 한둘이 아니었을 듯한데.

"건축 설계부터 시공, 마감까지. 다 힘들었다. 아직 바랐던 퀄리티에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고객들이 좋아해 주니 다행이다. 앞으로 더 개선해나가겠다. 이런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 외에 외부적인 요인은 많이 갑갑하다. 에스키스가 있는 대청계곡길 인근에 주택이나 카페, 식당 등이 꽤 있다. 그런데 도로에는 횡단보도 하나 없다. 횡단보도로 길을 건너려면 30분 정도 돌아가야 한다. 우리가 마음대로 보도를 만들고 할 수는 없으니 관에 요청해야 하는데. 고객 안전을 위해서라도 빨리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

-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을 거라고 생각한다. 무언가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종종 찾으시는 분 중 가격을 낮춰 단품 메뉴를 낼 생각은 없냐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에스키스는 앞으로도 쭉 코스 요리를 낼 거다. 에스키스가 에드워드 권 셰프의 명성을 바탕으로 단품 메뉴를 낸다면 지역의 중소 레스토랑을 죽이는 것밖에 안 된다. 에스키스(Esquisse)라는 단어는 미술이나 건축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다. 밑그림, 스케치. 완벽하지 않다는 말인데 앞으로 더 완성해 나가겠다. 에스키스를 비롯한 앞으로 문화 타운은 남광디씨텍이라는 지역 중소기업이 기업의 사회 환원 차원으로 하는 사업이다. 지역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나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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