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박물관서 점안식
파손된 부분 원상 복구
30일부터 일반인 공개

77년간 타향살이를 한 국보 제105호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이 27일 고향에 다시 세워졌다.

국립 진주박물관과 진주불교사암연합회는 이날 진주박물관 야외전시장에서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 점안식과 복원기념식을 했다.

통일신라시대인 9세기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석탑은 일제 강점기에 수난을 겪으며 기나긴 타향살이를 해온 아픔을 안고 있다. 석탑은 원래 경호강이 바라보이는 산청 둔철산 자락에 있었으나 조선시대 어느 시점에 절이 사라지면서 석탑도 허물어졌다. 1941년 한 일본인이 매입하면서 산청을 떠났고 대구지역 공장 공터로 옮겨진 후 조선총독부 박물관이 유물 실태조사 과정에서 확인해 이듬해 서울로 옮겨졌다. 이후 해방이 된 뒤 미군 공병대가 1946년 5월 서울 경복궁 안에 세웠으나 1994년 경복궁 정비사업으로 다시 해체돼 무려 23년간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서 햇빛을 보지 못했다.

진주박물관은 이 문화재 재건과 전시를 위해 이관을 요청했고, 마침내 지난해 2월 고향인 산청과 인접한 진주로 돌아왔다.

▲ 국립 진주박물관과 진주불교사암연합회가 진주박물관 야외전시장에서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 복원기념식을 하고 있다. /김종현 기자

박물관은 최근 야외 석조물 정원에서 석탑 재건을 위한 터파기 공사를 시작으로 원형 모습 그대로 복원을 완료했다. 특히 일제 강점기 석탑 운반 과정에서 사라진 하대석을 복원하면서 산청 범학리 근처 정곡리에서 석탑 원석인 섬장암((閃長岩)을 찾아 훼손된 부분 등 복원에 사용했다.

진주박물관 관계자는 "산청군 정곡리에 폐채석장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분석한 결과 석탑 부재와 동일한 섬장암 광산임이 밝혀졌다. 산청군청의 적극적인 협조로 복원 부재를 입수했다"면서 "복원 재료를 원 석탑 부재와 동일한 산지의 돌로 복원한 사례는 국내에서 극히 드물다"고 평가했다

높이 4.145m, 무게 12t인 석탑은 경남지역 석탑 중 유일하게 탑 외부에 부조상이 존재한다.

상층 기단에는 신장상((神將像) 8구, 1층 탑신에는 보살상 4구를 뛰어난 조각기술로 새겨놓은 점이 특징이다.

최영창 진주박물관장은 "역사 속 아픔을 겪으며 오랫동안 타향살이를 했던 석탑이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와 안식을 취하면서 생명력을 되찾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진주불교사암연합회장 불암 스님은 "석탑이 고향 땅에서 따뜻한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석탑은 오는 30일부터 일반인에게 공개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