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폭력에 넌더리가 난 어느 아내가 부부 싸움을 의아히 동그랗게 뜬 눈으로 지켜보며 눈치를 살피고 있는 일곱 살 배기 아들에게 화기운을 얹어 물었습니다. "너, 엄마·아빠가 같이 안 살게 되면 엄마 따라갈 거야, 아빠 따라갈 거야?" 난감한 표정이 된 아이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컴퓨터는 누가 가져갈 거야? 난 컴퓨터 갖고 가는 사람 따라갈래."

앞의 상황이 실제화한 뒤의 경우를 朴景利의 시 <세모>(부분)는 이렇게 보여줍니다. '칼날 같은 바람 부는 날 / 계집은 집 나가고 / 계집 찾아 사내 집 나가고 / 부엌 문짝도 없는 단칸 세방 / 팔십 노모가 손자들 내복을 빨고 있었다'!

날로 심각히 늘어가는 가정폭력 사태를 '신고해도 수사 안 하는' 쪽으로 분노를 모은 여성단체들이 '가정폭력 살인에 왜 국가가 없나' 하는 절규의 팻말을 들었습니다. 야만적 현실, '손 놓은 국가'!

가정폭력, 살인 그 참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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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천진한 눈망울의 아이와

날벼락 할매가 무슨 죄?

묻노라

경찰·검찰·법원이여

왜 시퍼런 '날' 못 세우나?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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