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미치는 영향보다 투명성 우선
적폐기업 시장서 가차없이 퇴출해야

주식거래가 정지된 삼바는 상폐(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폐지)될까? 삼바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될지 이주 중에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것, 그리고 큰 기업 규모 때문에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과 다수 투자자 보호 등의 측면에서 상장유지로 결론이 날 것이라는 전망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재무상태로 보면 상폐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경영의 투명성 측면에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기업은 의도적으로 분식회계를 했고 그것을 통해 수 많은 투자자들을 속였다. 그 결과로 수많은 투자자들이 손해를 봤다.

투자자 보호 측면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다. 22조 원이 넘는 시가총액, 수조 원대의 개인 투자자들 때문에 상장폐지하면 안된다는 논리는 배제되어야 한다. 이 회사의 분식회계 의혹(혹은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투자자들은 그것을 알면서도 그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한 것이다. 만약 상장폐지된다면 그것도 그들이 떠안아야 할 몫이다. 규모가 크고 관련된 사람이 많다고 해서 살려둔다는 것은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말도 안되는 대마불사(大馬不死) 논리를 되풀이할 것인가? 규모에서 큰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창원에 있는 신텍은 과거 분식회계가 드러나 회장이 구속됐고, 지분 등 모든 것을 내놨다. 그래서 상장유지는 됐지만 회사 주인이 바뀌었다.

얘기의 범위를 조금 넓혀보면, 과거 IMF구제금융체제 때도 그랬고 그 이후에도 그래왔는데, 규모가 크고 국가 경제 혹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부실기업을 세금 들여 살려주는 것. 그것이 정당한지, 옳은지, 정말로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 짚어봐야 한다. 그런 거대 부실기업을 살리는 데 드는 그 비용은 결국 국민 전체가 감당해야 한다. 국민 전체로 보면 극소수에 불과한 소수를 위해 왜 국민 전체가 부담을 떠안아야 한단 말인가? 혜택 받는 소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전체 경제를 위한 것이라는 정부 논리도 있지만 그 논리는 해당 기업이 완전히 없어진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성립된다. 하지만 그런 기업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인이 바뀔 뿐이다.

국가 경제를 위한 조치라면 오히려 규모 작은 중소기업, 영세기업에 세금을 더 투입해야 하지 않을까. 굳이 따지자면, 똑같이 망하는 기업이라도 큰기업 종사자들이 그동안 더 많이 벌었고, 회사가 매각되더라도 조금 더 좋은 조건으로 매각된다. 중소기업이나 영세기업은 아예 매각조차 되지 않고 공중분해되지 않나? 망하는 대기업은 시장에 나오면 누가 사도 산다. 그리하여 새로 태어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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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부실경영을 하거나 투자자를 속인 기업은 가차없이 시장에서 퇴출해야 한다. 말그대로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해야 한다. 그래야 '대마불사' 믿음이 깨어진다. 그 믿음은 깨는 것이야말로 한국 경제가 건강해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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